▣ 정재원 인턴기자arsenlupin007@cyworld.com
“땡~땡~땡.”
오후 6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한받(33)씨는 마음이 급해진다. 그가 변신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도 아닌 그가 도대체 무슨 변신을 한다는 걸까?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 영화학교 조교에서 ‘밴드 가수’로의 변신이다. 그가 활동하는 밴드의 이름은 ‘아마추어 증폭기’. 혼자서 노래하고 기타 반주도 하는 ‘원맨 밴드’지만 벌써 3집까지 냈다. 한받이라는 자신의 이름도, 밴드 이름도 그가 직접 지었다. “아마추어는 포르노의 하위 장르이고, 증폭기는 보통 우리가 앰프라고 부르는 건데, 어느 순간에 두 단어를 조합하자 외로운 남자의 이미지가 연상됐어요.”
낮에는 영화학교 일로, 밤에는 뮤지션으로 활동하느라 바쁜 한씨는 최근 더욱 분주해졌다. 8월14일 시작하는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 준비 때문이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인디음악, 인디미술 등 일종의 인디문화 공연축제이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에서 시작된 축제는 올해로 국내에서만 10회째를 맞고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한씨는 유명 인사다. 양파 투척 사건 탓이다. 2003년부터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여했던 한씨는 3년 전 공연에서 자신을 향해 양파를 던져달라고 관객에게 주문했다. “저는 제 음악이 형편없다고 생각해요. 내 음악을 과소평가하다 보니 관객의 야유를 받고 싶었어요. 그렇게 관객의 반응을 느끼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거죠.”
그렇게 던져진 양파는 몇 달 동안 그의 양식이 됐다. 양파에 ‘맞고’, 양파를 ‘먹어’가면서 음악을 하는 한씨이지만, 그가 처음부터 인디음악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다. 원래 전자공학도인 그는 어릴 적부터 영화감독을 동경해왔다. 1999년부터 20001년까지 20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 정도로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했지만, 아무도 그의 영화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방구석에 앉아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의 비애를 느끼고 있을 때, 슬며시 다가와 그를 위로해준 건 음악. 거칠지만 솔직한 그의 목소리는 슬픈 기타 반주와 묘하게 어우러진다. “예술을 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 점은 없습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의 음악을 학대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한받씨. 그런 그가 이번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무엇을 던져달라고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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