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인형이라고? 영화 속 몸짓, 표정 그대로 명배우들을 재현하는 미니어처 인형(피겨) 작가 김형언(43)씨는 “그냥 배우들이 좋아서, 그들 캐릭터를 곁에 두고 싶어 만들다 보니” 그런 게 자기 손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를 피겨 작업에 홀리게 한 장본인은 액션 배우 브루스 리(이소룡)다. 저 유명한 영화 로 70년대 청춘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이소룡을 초등학교 때부터 떠받들었다. 고등학생 때는 진흙 조형물로 빚었다. 홍익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뒤 가수와 광고감독 등을 하면서도 이소룡에 대한 흠모의 정은 여전했다. 급기야 2003년 30cm 미만의 이소룡 피겨상을 인터넷 동호회 등에 공개하면서 그는 단박에 세계적인 ‘피겨 장인’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요사이 서울 팔판동 갤러리 벨벳에 그는 ‘김형언의 피겨 세계’(5월6일까지)란 첫 개인전을 차렸다. 우상 이소룡에 바치는 오마주 무대다. 지하 전시실은 등에 나오는 이소룡의 갖가지 자세 상으로 들어찼다. 이른바 무술복이나 의 격투신에 나오는 오토바이 라이더의 노란 옷을 입고, 갖가지 대련 자세를 취했다. 쌍절곤을 들고 괴성을 지르는 모습, 실룩거리는 팔과 가슴 근육, 앙다문 입술, 자신감과 고독, 애상이 내비치는 눈동자 등등. 극사실 초상과 조각이 어우러진 인상이다. “대중가수로 뛰던 2001년 인터넷서 이소룡 피겨상을 보니 너무 아니었어요. 그를 욕되게 하지 않으려는 생각에 작업을 시작했는데 다른 캐릭터까지 욕심내게 됐죠.”
눈과 근육 표현이 압권인 브루스 캐릭터는 “영화를 100번 이상, 사진집은 최소한 10번 이상씩 보고 눈으로 익힌” 결과다. 3년이 흘렀다. 홍콩의 피겨 제작사 라이선스를 받아내 이소룡상의 유통권한도 얻었고, 브루스의 부인과 딸도 만나 후원자로 만들었다. 1층에 찬조 출연(?)한 의 톰 행크스, 의 해리슨 포드, 작가의 자화상까지도 내면까지 뽑는, 혼이 담긴 캐릭터를 지향한다. “토이(장난감)나 프라모델로 착각하지 마세요. 제 작업은 대중적인 조소 작업이죠, 팝아트? 맞아요! 팝아트!” 히트곡 내는 것도 인생의 목표인 이 욕심 많은 작가는 폐막날 자신의 ‘싱글밴드’와 함께 노랫가락도 뽑기로 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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