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겨울 기자 winter@ceobank.co.kr
타라그룹 강경중 회장(56)은 요즘 직원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 부장은 코를 많이 골던데, 마누라가 가만있을까. 노총각 박 대리는 참한 색시를 만나야 할 텐데….’ 그가 직원들 사생활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사원들과의 동침’ 덕분이다.
그는 지난 1월2일부터 본사가 위치한 파주에서 시작해 총 47일 동안 1746km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3~4명의 직원들이 조를 구성해 1박2일씩 그의 국토대장정에 교대로 참여하도록 했다. “꿈같은 1천억원 매출을 달성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몸집이 커진 만큼 갈 길이 부담됐죠. 그래서 직원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볼 무언가를 찾다가 국토대장정을 계획했죠. 발은 부르트고, 무릎은 아프고…. 평소 등산을 좋아해 멀쩡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근데 젊은 친구들이 더 힘들어하더군요.”
그는 함께 걷는 직원들이 힘들어할 때마다 목청껏 노래를 불러 사기를 돋웠다. 직원들과 함께 밥 먹고 한 방에서 뒹굴다 보니 소소한 사생활도 훤히 알게 됐다. 고된 하루가 끝나고 사내 홈페이지에서 직원들이 올려놓은 대장정 뒷얘기를 읽는 게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회장님이 끓인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는 글도 올라왔다. “200명이 넘는 직원들을 다 만나본 뒤 그동안 내가 직원들을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그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달라진 것 같습니다.”
사내 게시판에는 러닝셔츠에 시꺼먼 맨발, 허름한 추리닝 차림의 ‘회장님 굴욕’ 사진이 가득하다. “최고경영자(CEO)라는 위치가 일부러라도 ‘신비주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의 동생이기도 한 그는 지난 1989년 직원 5명의 소규모 인쇄·출판 전문회사인 ‘타라’를 세워 현재는 매출액 1천억원이 넘는 중견그룹인 타라그룹으로 키웠다. 회사 이름은 의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의 농장 이름인 ‘타라’를 따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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