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경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대통령 경호실장 하면 많은 이들이 유신 시절의 차지철을 떠올린다. 5·16 쿠데타에 성공한 뒤 박정희 소장 옆에 서 있던 그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의 거리를 이용해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박정희를 지키지는 못했지만 최후의 순간 그와 동행했다.

권위주의 정부를 마감하고 문민정부에서 시작된 대통령 경호실의 변화가 참여정부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은 염상국(50) 실장에게 ‘첫 문민 경호실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도 군 장교 출신(중위)이고 문민정부 시절에도 경호실 출신 인사가 퇴직했다가 실장으로 임명된 적이 있어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과거 장성을 거친 군 출신 인사가 경호실장으로 임명돼온 관행과는 적잖이 다르다. 줄곧 경호 업무에 종사하다가 경호 책임자가 된 첫 사례라는 점도 주목받는 이유다. 이는 “국정원 출신이 내부 승진했듯이 경호실도 (내부 인사에게) 돌려줘 사기를 북돋우고 열린 경호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국가정보원장에 사상 최초로 국정원 공채 출신인 김만복 원장이 발탁된 것과 같은 맥락인 셈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당선자 시절부터 경호와 관련한 고민을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국민들을 더 자유롭게 만나고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교통 통제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경호실과 마찰이 빚어진다는 취지였다. 염 실장의 임명 배경에는 그가 2002년 월드컵,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의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과 함께,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수행부장을 지내면서 노 대통령의 경호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은 염 실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업무 특성상 비밀이 많고 인터뷰라는 형식이 부적절한 것 같다”며 완곡히 고사했다. 대신 “참여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인 ‘국민과 함께하는 민주주의’에 걸맞게 국민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국민 친화적인 경호를 하겠다”는 짧막한 메세지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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