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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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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중] ‘인생 강사’ 데뷔한 구두닦이 CEO

등록 2007-03-23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전남도청에 있는 한대중(51)씨의 조그만 구두닦이 가게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나붙은 ‘나의 사명서’라는 제목의 종이 한 장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기록된 사명은 ①번 ‘존경받는 아빠’ …④번 ‘나는 반드시 CEO가 된다’ ⑤번 ‘성공학 책을 쓰겠다’ ⑥번 ‘최고의 동기부여 강사가 되겠다’ …⑩번 ‘노벨평화상’ 등인데, 한씨가 직접 써 기록해둔 10가지 꿈이다.

“10가지 나의 사명을 날마다 되새겨왔는데, 10가지 사명 중에서 두세 개는 이제 성취했습니다. 최근에 우리 집 아이가 ‘아빠, 존경합니다’라고 말하더라고요. ①번 ‘존경받는 아빠’ 꿈이 이뤄진 셈이죠. ④번 ‘나는 반드시 CEO가 된다’도 비록 구두닦이 가게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룬 것 아닐까요?”

전남도청에서만 16년째 구두수선 일을 하고 있는 한씨는 요즘 인기 있는 ‘인생 강사’로 데뷔했다. 지난해 8월 검정고시동우회에서 ‘나의 인생’이란 주제로 첫 강의를 한 뒤 강의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전남도가 ‘도 및 시·군 규제담당 공무원 워크숍’에 그를 강사로 초청했는데,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어 ‘장성아카데미’와 국무조정실, 이동통신사 등에서 한씨를 강사로 초빙할 의사를 전해왔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가 구두닦이의 길로 들어선 건 15살 때이던 지난 1974년. 그 뒤 전남대 대학생들로 구성된 ‘용봉야학’을 다니며 1981년에 마침내 고입 검정고시에, 1987년에는 대입 검정고시까지 합격해 ‘공부하는 구두닦이’로 알려졌다. 생계를 꾸리느라 한동안 공부를 떠나 있었던 한씨는 ‘인생 강사’의 꿈을 키우며 지난해부터 목포대 사회교육원 화술반에 입학해 2년째 수업을 받고 있다. 한씨는 헌혈봉사 208회로 대한적십자사에서 ‘1천시간 봉사패’를 받는 등 봉사활동으로도 유명하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한씨의 생생한 체험담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졌고, 자신과 약속한 10가지 사명 중 ‘최고의 동기부여 인생 강사’의 꿈도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 “사실 저는 어릴 적에 말도 잘 못했고 초등학교 6학년이 돼서야 국어책을 읽을 정도로 못난 사람이었어요. 강의할 때마다 꿈을 꾸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리려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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