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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향] 한국과 일본 사이, 숟가락이 놓였네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도쿄=글·사진 황자혜 전문위원 jahyeh@hanmail.net

“저기요, ‘숟가락’ 있어요?” “손님, 숟가락은 잡화점에서 사야죠….” “아뇨…. ‘수카라’요~!”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국 책방. 한류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진짜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하는 일본 독자들 사이에 소리 소문도 없이 뻗어나간 잡지가 있다. 한국 문화를 제대로 떠담아내겠다는, 숟가락의 일본식 발음을 딴 월간 가 그 주인공이다.

다른 한류 잡지와는 ‘차원’이 다른 이 잡지의 창간 주역으로 꼽히는 이는 바로 (주)아톤의 서울지사 대표 김수향(33)씨다. 김씨는 한국통이라 불리는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의 가이드북 의 기획 코디로,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드라마 번역에서부터 일본 전통 잡화점 경영까지 섭렵해온 ‘한·일 문화통’이다.

‘조선적’ 재일동포 3세인 그는 10년 전 한국 유학 때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당시로서는 유일하게 ‘조선적’ 문제를 다루고 있던 단체인 코리아인터네셔널네트워크(KIN) 등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했다. 또 1997년 라는 다큐멘터리로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조선적’ 문제가 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부터 자신 있게 ‘조선적’임을 밝혀왔단다.

“국적을 바꿀 것을 암암리에 강요하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에 굴하고 싶지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 다만 여권 갱신의 번거로움에 대한 합리적 타협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계속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고 싶던 그는 ‘한국적’으로 국적을 바꿨고, 서강대 신방과에 편입해 졸업한 뒤 지금껏 한·일 문화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한류 붐을 겨냥한 기획물들이 ‘그 밥에 그 나물’ 격으로 식상해질 무렵, 오랫동안 한국을 찍어온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사진집 코디를 맡게 된 것이 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그는 “연애인이나 드라마 일색이 아니라, 재래시장의 음식문화와 바느질, 한복 같은 규방문화 등을 통해 여전히 건재한 한국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소개하고 싶었다”며 “한국 사람이 자기 것이라 놓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전하는 게 바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가 “한·일 간의 다른 감성을 복합시켜내는 ‘교류’가 되고, 한국인이 자신의 문화를 객관화해서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그는 벌써부터 한복을 다룰 4월호와 제주도 특집호인 5월호 기획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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