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노동자의 아내에서 운동가로, 투사로 서다.” 문학평론가 정문순씨가 박미경(38)씨를 두고 한 말이다. 박씨는 지난 1월23일 를 펴냈다. ‘삼성SDI 해고 노동자 아내의 희망 찾기’란 부제가 말해주듯, 그의 글은 1998년 회사의 구조조정을 저지하려다 해고된 남편 송수근씨와 함께 삼성에 맞서 싸워온 삶의 궤적을 담고 있다.

싸움은 상처와 절망에서 싹텄다. 분노는 거름이었다.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남편 송씨의 투쟁은 삼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되레 두 번의 구속과 2년여의 옥살이로 돌아왔다. 박씨는 좌절하지 않았다. “삼성은 저에게, 아니 우리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비수를 꽂았습니다. 이 목숨 다할 때까지 남편 대신 제가 적극 투쟁에 임하겠습니다.”( 중) 박씨는 남편을 대신해 울산 울주군 삼남면 삼성SDI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고, 그의 아픔과 분노와 희망을 인터넷(www.antisdi.com)에 차곡차곡 올렸다.
평범한 한 노동자의 아내에서 해고 노동자의 아내이자 노동운동가로 변신하면서 그의 삶의 태도도 달라졌다. “전엔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을 몰랐다. 가게 보고 애 키우기 바빴다.” 그들은 더 이상 송수근 개인을 위한 복직 투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현장의 다른 노동자들이 해고당하지 않고 일자리를 보장받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10년이 돼가지만 싸움의 전선은 더 넓고 강화됐다.
하지만 당장 생계가 족쇄다. 송씨는 민주노동당 울주지역위원회 노동위원장으로서 지역의 노동 문제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생계는 박씨의 몫이다. 장사가 안 되는 비디오 가게를 처분하고, 2천만원 이상 오른 전셋값을 마련해 이사가는 일이 당장 걱정거리다. 두 달 전 보험설계사 일도 시작했다. 이런 탓에 울산의 한 인권단체가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가 책에서 “삼성과 인연이 없었다면 행복했을 텐데…”라고 말할 만큼 삼성에 대한 피해 의식은 크다. 그는 책이 나오기 전까지 주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혹시 삼성이 알면 출판사 망하게 할까봐서요.” 이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의 책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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