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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운] 노느라 바빠요, 세계와!

등록 2007-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제가 ‘공휴족’(恐休族·쉬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라고요? 전 ‘엔조이족’(Enjoy族·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에 가깝습니다.”
청소년 환경대사, 외교통상부 인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청년 플라자, 하버드 국제학술 컨퍼런스, 카이스트 국제학술 컨퍼런스 등 참가, 각종 수상 경력에 자격증까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박지운(25)씨의 화려한 이력서를 보면 영락없는 공휴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이 여느 공휴족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대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젊음을 즐기기보다 ‘취업’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안타깝습니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국내 기업 인턴도 의미 있겠지만, 이력서를 채우려 하기보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기회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일까? 박씨는 졸업 뒤 기업체에 취업할 계획임에도, 아직 취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기업 인턴을 해본 적이 없다. 대신 국제적인 활동이 많다는 게 그의 이력서의 특징이다. 그러나 국제적인 박씨도 군대를 갔다올 때까진 비행기도 한 번 못 타본 ‘순수 토종’이었다. 2004년 겨울, 제대하자마자 떠났던 인도와 동남아 여행이 그를 바꿔놓았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책에서 봤던 인도 사람들은 게으르고 가난했는데, 막상 인도의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에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편견을 갖기보다는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 미래의 모습까지도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부터 박씨는 하버드 익스텐션 스쿨에서 ‘환경경영’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갖는 등 우물 밖으로 나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됐다. 그는 다양한 활동들 중 유엔환경계획(UNEP)과 다국적 기업 바이엘이 후원하는 국제환경포럼에 한국대표 ‘환경대사’로 독일에 갔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박씨는 “취업에만 매몰돼 있는 국내 대학생들과 달리 ‘환경’이라는 거시적인 주제에 외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는 데 놀랐다”고 밝혔다.

“The life is too short to be stressed!”(스트레스 받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무늬만 ‘공휴족’, 본질은 ‘엔조이족’인 박지운씨. 그는 저녁에 이란인 친구와 춤추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박씨는 얼마 전 한 초콜릿 회사의 학생 모델로 활동한 적도 있다.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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