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교육부의 서울·경기 특목고 실태점검에서 다시 확인된 성적 부풀리기…솜방망이 징계에 위반 학교도 비밀로, 보수 언론은 외고 ‘변호’에 바빠</font>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아이비리그 대거 합격 신화’의 이면을 들춘 외국어고 유학반의 내신 부풀리기와 편법 운영 보도( 631·637·639호)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은 한영외고 등 일부 유명 외국어고가 70점이나 80점 이상을 A로 부풀린 영문 성적표를 미국 대학에 제출한 사실을 고발했다.
조사단 다녀간 뒤 딴소리하는 교장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실시한 서울·경기 지역의 특목고 실태점검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교육부는 1월7일 보도자료를 내어 “6개의 학교 유학반에서 영문 성적표가 부적절하게 발급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문 성적표 지침 위반 학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는 또 미국대학입학능력시험(SAT) 등을 치르기 위해 결석한 학생을 출석(공결) 처리하거나 학교 시험을 면제해주는 사례가 있었고, 유학반 경비를 학교 회계와 별도로 처리하는가 하면 학교운영위의 심의(자문)를 제대로 받지 않은 곳도 있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담당자 징계 △특별장학반 상설 운영 △표창 및 해외연수 추천 배제 △연구학교 제한 등 행정·재정적 처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으로 외국어고의 편법 운영이 바뀔 수 있을지는 비관적이다. 심지어 한영외고는 교육부의 실태 점검 뒤에도 이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였다. 한영외고는 “영문 성적표 문제를 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12월1일 교육부 조사단이 다녀간 뒤엔 다른 소리를 했다. “본교 유학반 학생들은 입학 당시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되었고, 본교 정기고사의 난이도가 미국이나 한국의 일반고보다 높습니다. …유학반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 없는 외부 기관이 데이터의 정확한 분석이나 정당한 논리적 기준도 없이 본교의 성적 처리 방법을 문제 삼는 것을 수긍할 수 없습니다.” 12월11일 김종인 교장대행이 학부모들에게 보낸 메일의 일부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외국어고를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는 1월8일 “영문 성적표 발급 때 ‘수·우·미·양·가’(Su·Wu·Mi·Yang·Ga)로 하지 않고 임의로 ‘A·B·C·D’로 표기 방식을 바꿨다는 게 (교육부 실태점검에서) 문제로 지적됐다”며 알맹이를 쏙 빼고 전한 뒤, “성적 표기를 미국 대학에서 요구하는 A·B·C·D 표기 방식에 맞춰야지, 우리 식으로 ‘수·우·미·양·가’로 보내는 게 얼마나 우스운 일이냐”는 한 외고 교감의 주장을 덧붙였다. 이튿날 교육부와 외고 교장단의 간담회를 전한 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1월11일 “A·B·C·D로 표기한 것을 지적한 게 아니고 5단계를 임의로 4단계로 등급을 변경하거나, 80점 이상을 A로 표기하는 등 등급별 점수 기준을 변경한 것을 지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문 성적표는 미국 기준도 어긴 것
미국 고교 입학 담당교사의 모임인 ‘전국대학카운슬러협회’(NACAC)는 ‘윤리적인 입학 사정’을 위해 △지방·주·연방 등 해당 지역의 법률에 따를 것 △법적으로 허용된 가장 정확한 기록을 보낼 것 △가능하면 석차와 전체 평균이 포함된, 해당 학교의 성적 분포가 드러난 성적표를 제출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영문 성적표는 한국 기준은 물론 미국 기준도 어긴 것이다.
국가적 공신력이 실추될 수 있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이번 사건은 유학반 ‘스캔들’로 끝나버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거듭된 취재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영문 성적표 기준 위반 학교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이철호 참교육연구소장은 “교육자에게 최고로 요구되는 도덕성은 성적의 공정한 관리인데도, 교육부가 이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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