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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행] 보험맨, 보험 저격수 되다

등록 2007-01-0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꼭 이 일(보험소비자 운동)만을 위해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었습니다. 공부도 더 하고 싶었고, ‘보험사’를 위해 일하는 것보다 ‘보험’을 위해 넓고 큰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죠.” 보험의 공공성 확립을 깃발로 내걸고 있는 보험소비자연맹(www.kicf.org)의 조연행(46) 사무국장이 교보생명을 그만둔 건 입사 16년 만인 2002년 9월이었다. 석사 학위를 박사 공부로 이어가고, 보험업 경험을 책으로 엮어내겠다는 포부였는데,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회사 쪽의 반대는 더했다고 한다. 상품기획 업무에만 10년 이상 매달리면서 보험업계를 선도해온 전문가를 내보내기 아쉬웠기 때문이리라.

조 국장은 교보생명 재직 시절인 1996년 우리나라 최초의 교통상해보험인 ‘차차차 교통안전보험’을 만들어내 석 달 만에 100만 명을 가입시키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다. 회사의 지원을 받아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딸 수 있었던 건 이런 성과 때문이었다. 회사 쪽에선 사표 제출 뒤에도 두 달 동안 급여를 주는 성의를 보였지만, 그는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회사를 떠나기 1년 전부터 해온 보험소비자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책 쓰고 공부하는 건 잠깐 미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 국장은 2001년 3월부터 보험업계 동료 직원, 보험 전문가들과 함께 온라인에 보험소비자연맹을 꾸려 소비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리는 활동을 전개해왔다. 온라인 활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힘입어 이듬해 말 오프라인 모임도 꾸려졌으며 그는 연맹 사무국장으로 참여했다. 현재 연맹은 광화문 부근인 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

조 국장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연맹 활동은 한때 그가 몸담았던 보험업계와 충돌하는 일이 잦다. 전국 50여 곳에 설립한 교통사고 피해자 구호센터를 통해 200억원 이상의 누락 보험금을 찾아주는 성과를 거둔 일, 3천명 가까운 ‘백수보험’ 가입자들을 한데 묶어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 화재보험의 사업비 부풀리기 폭로, 변액보험 사업비의 공개 압박…. 보험업계로선 불편한 일 투성이다. 조 국장은 “당장은 껄끄러울지 몰라도 결국 그런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진정한 믿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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