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과 도나우강 잇는 RMD 운하를 찬양하는 이명박 전 시장…공사만 32년 걸린데다 활용도 낮고 환경 파괴했다는 지적도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10월24일 오전 11시20분(독일 시각), 독일 뉘른베르크의 힐폴슈타인 갑문 앞에 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여기에 와보니 경부운하가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 갑문은 라인강의 지류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잇는 육지 171km를 파내 만든 라인∼마인∼도나우(RMD) 운하의 꼭대기 해발 406m 정점에 있다. 이 전 시장이 대권을 위한 필승 카드로 꺼내든 ‘한반도 대운하’는 RMD를 통해 북해 항구 로테르담과 흑해 항구 콘스탄자를 연결하는 총 연장 3500km의 거대 운하를 벤치마킹 모델로 하고 있다. 그는 힐폴슈타인 갑문을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운하라는 게 이렇게 간단한 거다. 요즘엔 기술이 더 좋아져서, 우리는 (갑문 통과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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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물류 혁명은 결국 실패해
RMD 운하를 바라보는 이 전 시장의 시선은 ‘서구를 배워야 한다’는 산업화 시대의 틀 속에 갖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하나의 사회적 산물을 손에 넣기 위해 서구 사람들이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 서구와 한국의 차이 등에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 때문에 이 전 시장 머리 속의 경부운하는 온통 장밋빛일 수 있고, 운하를 만들어야 “4만달러의 국운 융성을 할 수 있다”는 과감한 논리적 비약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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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RMD 운하는 온통 장밋빛인가.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정의가 12월4일 정동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연 토론회 ‘경부운하 한국판 뉴딜인가, 망상인가’에서 “실제 RMD는 이 전 시장이 소개한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공사 기간이다. 이 전 시장은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와 여러 강연 자리에서 “4년이면 경부운하 건설이 가능하다”고 되풀이해 말해왔다. 그렇지만 RMD 운하는 공사가 처음 시작된 1960년에서 완공까지 32년이 걸렸다. 이 와중에 폴커 하우프 독일 연방 교통부 장관은 RMD 사업에 대해 “인류가 바벨탑을 쌓은 이래 가장 바보 같은 짓”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등 독일 안에서 커다란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그 때문에 사업은 1982년 중단 위기에 놓이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1992년 완공됐다.
공사는 마무리됐지만 운하는 커다란 물류 혁명을 가져오진 못했다. 운하는 도로 화물을 흡수하는 대신 철도와 경합을 벌이면서 철도 물동량의 일부를 흡수했다. 독일 물류회사 ‘DB카고’의 분석치를 보면, RMD 운하의 건설로 남부 바이에른에서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으로 향하는 철도 운송량은 연간 8만t, 헝가리로 향하는 자동차·철도 운송량은 30% 줄었다. 그렇지만 운하의 연간 물동량은 2002년 예측치 1800만t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700만~800만t에 그쳤다. 산업 발달로 부피가 작은 전자, 기계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경제 구조가 변화하면서 무겁고 부피가 큰 물건을 싸게 운송하는 주운은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독일의 주운 종사자는 1964년 3만 명에서 1997년 7600명으로 급감했고, 화물 운송 분담률은 유럽 전체에서는 1995년 4.0%에서 2005년 3.4%, 독일에서는 1991년 13%에서 2004년 12%로 줄었다.
“수백 년 전 유럽 뒤쫓기에 불과”
RMD 운하는 환경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운하 건설 이후 어류 8종, 양서류 5종, 파충류 1종, 조류 17종, 식물 15종이 사라지거나 개체 수가 줄었고, 라인강에서는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발암가능물질로 규정한 MTBE(가솔린 첨가제)가 허용 권고치 3㎍/ℓ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안 부소장은 “경부운하는 유럽이 수백 년 전에 했던 일을 뒤쫓아가는 과거형 개발사업”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과 안 부소장이 말하는 RMD, 진실은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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