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우리 역사에 훌륭한 어머니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개별적인 가족의 테두리를 벗어나 사회제도를 개혁하는 어머니들은 없었다.”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씨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어머니들을 평한 말이다. 그는 지난 1995년 44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뒤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민가협 어머니들의 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가협 어머니’들의 상징인 임기란(76·민가협 전 상임의장)씨가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지난 12월8일 열린 ‘인권의 날’ 기념식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올해 처음 만들어진 이 상을 임씨에게 주자는 제안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한다.
임씨는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권을) 공격하던 사람에게 상을 준다니까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면서 “‘인권’을 걸고 훈장 같은 것을 받을 때가 아니라서 무척 민망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라 고생하던 어머니들 전체를 대표해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예고되지 않은 ‘깜짝 시위’도 있었다. 기념식에 참석했던 장애인 단체 소속 활동가와 장애인들이 장애인 차별을 시정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친 것이다. 임씨는 “이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등 소수자 문제는 민가협 목요집회의 단골 메뉴가 됐다. 자식의 구속 문제로 소박하게 시작한 사회운동이 21년 동안 이어지면서 발전한 결과다. 민가협의 다른 어머니들처럼 임씨 역시 최근의 인권 현안을 줄줄이 열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시위 강경 진압,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로 인한 평택 대추리 주민 문제, 수십 명에 이르는 조작 간첩 재심 등…. 그는 최근의 인권 상황이 몹시 못마땅하다고 털어놨다. “아직 100명이 넘는 양심수가 감옥에 남아 있잖아요. (민주화운동을 하던) 우리 자식들이 국회의원도 되고 정치도 하는데 왜 국가보안법은 아직 철폐되지 않고 양심수도 여전한지 모르겠어요.”
저혈당과 고혈압에다 퇴행성 관절염까지 앓고 있는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3~4일은 아침에 집을 나선다. 아픔이 있는 인권 현장에 달려가는 게 그의 건강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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