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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환] 어우동과 옹달샘, 짝궁이 되다

등록 2006-05-04 00:00 수정 2020-05-02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공부방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찾아갔던 옹달샘.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 근처에 있는 옹달샘은 처음 찾아갔을 때 10평 남짓한 자그마한 공부방이었다. 아이들의 소리와 땀냄새가 가득한,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어우동’이 이렇게 옹달샘 아이들과 처음 만난 건 2003년 7월. 어우동은 교보생명 상품마케팅실 직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팀이다. 이경환(36) 과장은 어우동 봉사팀(회원 15명)의 리더다. 교보생명은 2002년 말 ‘교보다솜이 사회봉사단’을 창단했고, 어우동도 이때 구성됐다. “저희가 처음 봉사활동에 나선 건 종각에서 밥 퍼주는 무료 배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봉사 나갔던 동료들 몇 명이 동아리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래서 이름을 자체 공모했죠.” 어우동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우리 모두의 희망을 나누는 동아리’의 줄임말이다.

옹달샘 공부방 아이들은 30여 명으로 대부분 초등학생이다. 어우동 회원들이 옹달샘에 가서 주로 하는 건 학습지도인데, 3명씩 조를 짜서 돌아가며 매주 화요일 오후 4시가 되면 옹달샘으로 간다. 이 과장은 오랜 만남을 위해 ‘짝궁제’를 만들어 아이들과 1대1로 짝을 맺었다. “그냥 잠깐 왔다 가는 사람들, 사랑 없이 의무적으로 왔다 가는 사람들, 하루를 즐겁게 놀아주고 뿌듯하게 돌아가는 사람들…. 봉사하러 온 어른들을 이렇게 시큰둥하게 바라보던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만남을 보여줘야 했어요.” 짝궁이 맺어진 뒤 자신의 짝을 위해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해 크리스마스를 맞았고, 아이들과 어우동 모두에게 짝에 대한 개념이 자리잡았다. 자신의 짝이 언제 오는지 늘 챙기는 모습도 생겼다. 짝궁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방을 준비하고, 중학교에 입학하면 필요한 물품을 챙겼다. 물론 그동안 많은 아이들이 새로 왔고, 중간에 떠나버린 아이들도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 어떤 책임감이 생겨난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의 기다림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하루는 공부 끝나고 아이들이 옆방으로 우리 회원들을 불렀어요. 깜짝공연을 준비했더군요. 노래를 불러주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내밀고 저희를 위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었습니다.”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한테 연말에는 ‘베푸는 일’도 같이 해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같이 독거노인 집을 방문하기 위해 지금은 사물놀이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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