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농사짓고 살아온 김택균(42)씨. 그는 지난 11월6일 마을 주민과 시민단체 인사들과 함께 대추리 황새울 들녘에서 한판 축제를 벌였다. 고사와 장승제를 지내고, 촛불문화축제도 열었다. 그러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가을걷이를 끝내면 기뻐야 하지만, 점차 흑색으로 바뀌는 들녘을 보면 마을 사람들 모두 우울하고 무거워진다. 요즘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활력소가 필요했고, 우리를 돕는 사람들과 진솔한 애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고도 싶었다.”
그와 마을 주민들의 삶이 암울하게 뒤틀린 것은 미군기지 때문이다. 정부가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면서 그가 사는 대추리와 인근 도두리를 포함한 285만 평이 강제수용 대상이 된 것이다.
농부인 그는 투사가 됐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팽성대책위를 만들고 사무국장을 맡았다. 그동안 주민들과 촛불집회도 열고, 외부인들의 도움을 호소하며 어떻게든 고향을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정부의 집요한 압박에 주민들이 하나둘 고향을 포기했고, 현재 강제수용 대상 용지 가운데 60% 정도가 이미 땅을 팔고 떠났다. 하지만 그의 고향 대추리와 인근 도두리 주민들만은 아직 굳건히 버티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일제시대에 일본군 활주로를 만든다고 해 한 번 쫓겨났고, 1952년에는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가 들어오면서 또다시 쫓겨났다. 그 뒤 수십 년간 바다를 조금씩 막아 땅을 만들어 새롭게 마련한 터전이 바로 도두리와 대추리다. 정부 보상을 더 받으려는 게 아니다. 외국 군대 때문에 2번이나 삶의 터전을 잃었으면 됐지, 3번은 못 떠나겠다는 것이다.” 김씨는 자신의 아버지도 함경도에서 내려와 이곳에서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들었다며 마을 사람들의 심경을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정부는 12월부터 강제 매수에 나설 방침이기 때문이다. 대동제를 마친 김씨의 소망은 간절하다. “내년에도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기를, 이게 마지막 대동놀이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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