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인터뷰 안 하면 안 돼요? 그냥 만나 얘기한 것으로 끝냅시다. 이거 원, 부담스러워서….”
황부기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소장(47)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한 지붕 아래 북쪽 인사들과 매일 얼굴을 맞대며 한 주일에 닷새를 함께 지내는 통일부 공무원이다. 그는 유달리 카메라나 사진에 찍히기를 싫어한다. 이런 탓에 신문지면이나 방송에서 그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직원 1명을 포함해 모두 16명을 이끌고 지난 10월31일 개성공단에 들어간 그는 북쪽 인사 12명과 동거하며 남북 직교역의 큰 물꼬를 틔워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엄밀히 말해 남북한 공무원들이 같은 층의 사무실을 쓰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2층 사무실을 같이 사용하자고 제의했는데, 북쪽에서 ‘한 지붕 아래 근무하는 것만도 큰 의미가 있다’며 3층을 고집해 그렇게 했지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황 소장은 북쪽 전성근 소장과는 매주 목요일에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로 입을 맞췄다. 11월3일에 처음 만나 앞으로 사무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무거운 입을 가진 그는 통일부에서 ‘FM맨’으로 통한다. 일처리에 빈틈이 없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아서 좋기는 하지만 무미건조한 사람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반기지는 않는 별명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저렇게 뻣뻣한 태도로 북쪽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낼 수 있을까라며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사실 그는 겉보기와는 많이 다르다. 얼굴은 정색을 하면서도 걸쭉하고 질펀한 농담도 곧잘 한다. 북쪽 인사들과 코드를 맞추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셈이다. 그는 사무소를 정식으로 열기 전에 북쪽 실무자들과 여러 차례 만나 물밑 협상을 벌였고, 주요 현안을 타결짓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어깨가 결코 가벼워 보이지는 않는다. 남북 간에는 무슨 일이든 첫 단추를 꿰는 사람이 감내해야 할 고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저 사무소를 통한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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