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글 · 사진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위암과 싸웠던 현장미술가 최병수(45)씨가 터키를 간다.
오는 6월23일부터 27일까지 이스탄불 톱카피궁에서 열리는 터키국제전범재판. 그는 이곳 행사장 앞에서 전성기 때의 활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부시 가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며 지구를 협박할 핵도끼를 휘두른다. 또 전기톱을 들고 녹아들어가는 남극의 얼음 펭귄을 조각한다. 반핵평화 메시지와 함께 지구온난화를 경계하는 퍼포먼스다. 그는 다시 일어선 것일까.
요즘 그는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의 한 황토 흙집에 기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위의 60%를 제거하는 대수술을 한 뒤, 가평에서 6개월간 요양을 하다 두달 전 지인들의 소개로 이사를 왔다. 누군가 비워둔 흙집이 너무 좋아서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오직 운동과 민간요법으로 건강을 회복 중이다. 병색의 그늘이 완연하던 그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창 때보다는 덜하지만 근력도 꽤 좋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창작활동은 계속된다. 목수 출신답게 매일 나무를 깎고 다듬어 집 구석구석에 생활작품을 들여놓는다. 아늑한 풀잎 의자, 앙증맞은 나무 옷걸이, 키가 적당한 솟대….
그는 암에 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석달 전 병원에서 마지막 피검사를 한 뒤, 아직 결과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얼마 전엔 생전 처음으로 운전면허도 땄다. 그리고 5년 할부로 무쏘 밴 승용차를 샀다. 집 앞으로 버스가 다니지 않거니와, 갖가지 공구를 실어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올가을과 내년 계획까지 들려주며 의욕에 가득 차 있었다. “친환경적인 ‘똥뚜간’을 설계해서 보급할 거예요. 똥을 이롭게 활용하고 무분별한 물 소비를 확 줄여야지요. <문명의 외도>라는 대형 걸개그림도 준비 중입니다. 문명이라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구별 군상들을 표현할 겁니다.” 전쟁은 에너지 때문에 일어난다. 그의 그림과 조각들은 여전히 인간의 에너지 탐욕에 맞서는 무기처럼 보였다.
지난해 12월 말, 서울 인사동의 한 주점에선 최병수씨의 투병을 돕는 일일호프가 열렸다. 그를 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에, 요즘도 외진 흙집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그를 위로하러 갔다가 거꾸로 위로를 받고 떠나곤 한다. 다만, 너무 건강을 과신하지 않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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