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그날은 오리라, 자유의 넋으로 살아/ 벗이여 고이 가소서, 그대 뒤를 따르리니/ 그날은 오리라, 해방으로 물결 춤추는/ 벗이여 고이 가소서, 투쟁으로 함께하리니/ 그대 타는 불길로/ 반역의 어두움 뒤집어, 새날 새날을 여는구나~.”
<벗이여 해방이 온다>는 80년대 민중가요 중 가장 많이 불린 노래 가운데 하나다. 1986년 반미시위 도중 자신의 몸을 불살라 숨진 고 김세진·이재호씨의 추모곡이다. 노래를 작곡한 이창학(42)씨는 필명인 ‘이성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씨는 2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우연히 신림4거리 가야쇼핑 근처를 지나게 되면 섬뜩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밀려온다”고 했다. 당시 그는 두 죽음 소식을 듣고 허구한 날 울면서 한달 동안 미친 듯이 곡을 썼다고 한다.
20년이 지나는 동안 그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80년대 말에 미국으로 건너가 물리학 박사가 됐다. 전혀 다른 삶을 살 줄 알았지만, 역시 음악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동포청년들이 하던 문화행사에 참여해 공연 연출도 하고, 간간이 ‘노찾사’ 음반에 곡을 올리기도 했다. 97년 귀국한 뒤 강사 생활을 하는 등 음악과 동떨어진 일을 하던 그가 지난 5월27일 음반 <reminiscence of>를 냈다.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비롯해 <부활하는 산하> <한라산> 등 80년대 작곡한 곡들과 90년대 2, 3년에 한번꼴로 만든 곡들이 수록돼 있다. 음반을 낸 동기에 대해 그는 “상업적 성공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을 알지만 자서전처럼 내가 생산한 자식 같은 노래들을 한데 모아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물신의 은총을 받으려고 발버둥치는” 대열의 선두에 선 386들에게 “언젠간 언젠간 언젠간/ 우리 꿈꾸던 그 모습 그대론 아닐지라도/ 가슴속 울리던 노래 소리만이라도”(<언젠간> 중에서) 기억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인지도 모른다.
</remin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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