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발의 첫 관문 넘긴 우옥영 전교조 보건위원장… “흡연·임신 문제 등으로 사회적 요구 커져”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초·중·고교에 보건 과목을 정규 교과로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지난 1월21일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학교 보건 문제는 기존 교과 교사·교육관료·의료산업계간 이해관계 충돌 때문에 민감한 교육쟁점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학생 신체검사를 건강검진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맡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민주노동당은 학생 체질검사를 건강평가로 바꾸는 법 개정안을 각각 내고 있다.
1963년 ‘체육’과 통합 뒤 흐지부지
이런 가운데 ‘보건의 정규 교과목화’ 해법을 제기해 국회 발의라는 첫 관문을 넘기에 이른 전교조 보건위원회의 우옥영(40·수락중 교사) 위원장을 2월11일 만났다.
보건의 정규 교과목화가 필요한 이유는.
1951년부터 12년간 정규 교과목으로 있다가 1963년에 체육으로 통합하면서 없어진 것을 되살리자는 것이다. 그 이유로는 첫째로 학생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 비해 평균 건강수명이 훨씬 낮다. 학생 시절에 건강실천 습관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지 못한 탓이 크다. 둘째로는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의 건강을 가정에서 충분히 챙기지 못하고 있는데, 학교 보건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건교육은 스스로 몸을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으로, 질병을 예방함으로써 국가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도 낳는다.
보건을 정규 교과로 할 경우 실제 운영 모델은.
초등학교 저학년은 담임이 직접 맡는 게 효과적이다. 대신에 5~6학년은 주당 1~2시간의 보건 수업을 보건 교사가 맡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고교는 중학교 2학년과 고교 1학년에서 주당 2시간 정도의 수업을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현실과 교원 수급을 고려해 최소한의 수준에서라도 시작해 연차적으로 늘려가는 게 좋겠다.
교과목 수를 늘리면 학생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교육계 안에서도 나온다.
모든 교과는 생로병사가 있다. 기존의 교과목 가운데 줄이거나 선택교과로 돌릴 과목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따라 신설·강화해야 할 과목도 있다. 보건은 그 가운데서도 절실한 사회적 요구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고3 남학생의 흡연율은 41.6%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교내외 성폭력과 10대 임신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지 않고, 단순히 교과목이 늘면 학생들의 수업 부담이 늘어난다는 논리는 교과 수구주의로 빠질 위험성이 크다.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 전망은.
보건교과 설치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교과간 이해관계와 교육부의 입장 등을 생각해 바로 나서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이주호 의원이 교내외 성폭력 문제 해법의 하나로 보건교과 설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다 보니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로 발의자(33명)로 참여하게 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당리당략과 무관하다. 우리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국회의 역학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모두가 힘을 실어줘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도 교과목간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여당 의원들은 정부, 즉 교육부 입장을 무시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교육부의 관료주의가 문제다. 교육부의 관련 부서, 즉 교육과정정책과와 특수교육보건과가 사회와 현장의 요구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기존의 교과목간 이해관계로부터 투명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 같다.
사회와 현장의 요구라면.
보건교과가 설치된다는 것은 온 국민이 자기 몸과 마음에 대한 의료적 지식과 이해를 넓혀갈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의사에게 의존해서 주로 약 먹는 것으로 해결하는 사후 처치 중심적 관점에서, 학생들이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스스로 의료 소비자로서의 주권을 행사한다는 관점으로 발상을 바꾸는 것이다. 교과목간 이해관계에 갇혀 좁게 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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