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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진희] “흙집, 품앗이로 나눠가져요”

등록 2004-09-16 00:00 수정 2020-05-03 04:23

▣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경치 좋은 곳에 흙집 하나 지어놓고 주말엔 거기 가서 쉬고 싶은 마음 굴뚝 같다. 흙집은 몸에도 좋다 하지 않던가. 얼기설기 흙으로 지은 집이라면, 그다지 돈이 들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착각이란다. 흙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평당 250만~300만원이나 든다고 한다.

회원들끼리 서로 흙집 짓기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흙집세상(<u>http://loesshouse</u>) 회원들이다. 이들은 최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평당 150만원 안팎에 의뢰인의 흙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첫 작업은 9월13일부터 한달간 충북 단양에서 시작된다. 건축 전문가,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적은 비용으로 흙집을 직접 지어보는 것이다.

카페 운영자인 공진희(39)씨는 3년 전부터 흙집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오다, 지난해부터 집짓는 일을 배우러 다녔다고 했다. 지금까지 10여채를 지어보았다. 이들이 짓는 집은 자른 통나무와 진흙을 섞어 쌓아올려 벽을 쌓는 방법을 사용한다. “집은 돈 있는 사람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원자재를 우리가 나서서 값싸게 사고, 집짓기를 배우려는 회원들이 나서서 일을 한다면 싼값에 집을 지어 공급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직업적으로 일을 할 수도 있지요.”

집짓기에는 하루 회원 10명씩 연인원 300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넓이는 20평, 건축비는 자재비를 포함해 평당 130만~14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실제 지어놓은 뒤에야 정확한 비용이 산출될 것이다. 집의 예상 수명은 50년이다. 공씨는 “목수 집 문짝 성한 것 없듯이, 나도 아직 흙집을 지어 살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러나 그들의 실험이 성공하면, 전국 곳곳에 흙집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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