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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섭] 빅초이, 플래툰 전투를 넘어…

등록 2004-08-06 00:00 수정 2020-05-03 04:23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빅스타가 될 것인가, 저니맨으로 전락할 것인가.’

메이저리거 최희섭(25)의 운명이 기로에 섰다. ‘빅초이’는 지난 7월31일 플로리다 마린스에서 LA 다저스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다저스와 플로리다의 3 대 3 트레이드에 포함된 것. 지난해 11월 시카고에서 플로리다로 트레이드된 지 8개월 만이다. 그는 2002년 9월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거로 데뷰했다. 빅초이는 이로써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가장 다양한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됐다. 다저스 이적은 빅초이에게는 최고의 기회이자 최대의 위기다. 자칫하면 여러 팀을 전전하는 ‘저니맨’(Journey Man)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명문팀의 간판스타로 성장할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먼저 장밋빛 미래다. 120년 전통을 지닌 다저스는 뉴욕 양키스와 쌍벽을 이루는 메이저리그의 명문팀이다. 연고지인 LA는 미국 최대의 한인 밀집지구. 당연히 팬도 늘어난다. 최희섭이 실력만 발휘한다면 빅스타로 성장할 조건이 완벽하다. 박찬호가 ‘아메리칸드림’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 최희섭은 “너무 좋은 팀에 와서 기쁘다”며 “광주일고 시절 찬호 형이 다저스에서 활약하는 것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 저 팀에서 한번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기뻐했다.

하지만 현실은 험난하다. 치열한 주전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다저스의 1루에는 숀 그린이 버티고 있다. 그린은 2001년 49홈런, 2002년 42홈런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2할6푼대의 타율을 기록 중인 다저스의 간판급 타자다. 최희섭도 올 시즌 2할7푼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아직은 반쪽짜리 주전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저스는 오른손 투수일 때는 숀그린과 최희섭을 외야수와 1루수로, 왼손 투수일 때는 숀그린을 1루수, 제이슨 워스를 외야수로 기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투수가 우완이냐 좌완이냐에 따라 선수 기용을 달리하는 ‘플래툰 시스템’. 벌써 플래툰 시스템은 가동됐다. 지난 8월1일 데뷔전에서 최희섭은 선발 출장하며 2루타를 치는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는 9회초 대타로 등장해 1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상대팀인 샌디에이고의 선발이 왼손 투수였기 때문. 이날 주전 1루는 숀그린이 맡았다. 빅초이가 플래툰 전투를 넘어 빅스타로 성장하느냐, 저니맨으로 전략하느냐는 오직 그의 방망이 ‘화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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