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연예술제 발레부문 연기 입상자의 병역특례 협조 약속했다가 병무청 다녀온 뒤 딴소리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행사 주도권을 놓고 연극계와 갈등을 벌이다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 연기상 수상자가 병역혜택(예술·체육 분야 공익근무요원)을 받지 못하도록 만들었던 무용협회( 512호 ‘발레리노 부대를 찾습니다’ 참조)가 이번엔 병역특례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예술 분야 공익근무요원 추천기관인 문화관광부와 심사기관인 병무청을 저울질하며 ‘이중플레이’를 벌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문화관광부 협조 요청에 동의해놓고…
지난해 서울공연예술제 발레 부문 연기자 김인경(28)씨의 병역 문제가 불거지자 문화관광부는 7월21일 조흥동 무용협회 이사장을 면담해 병역혜택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문화관광부 김영산 공연예술과장은 이 자리에서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는 무용협회를 주최·주관처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당시 정황과 규정·회의록을 비춰볼 때 서울무용제를 계승한 행사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 집행위원회 규정에는 “서울공연예술제는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발전적으로 통합했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으며, 조흥동 무용협회 이사장은 집행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서 회의에 참가했다. 김 과장은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문제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병무청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무용협회가 1위 입상 확인서를 떼주라”고 요청했다. 이에 조흥동 이사장은 “병무청이 해준다면야 무용인들의 권익단체인 무용협회가 왜 협조 안 하겠는가. 서류를 떼주겠다”고 답했다.
예술·체육 분야 공익근무요원 선정 절차를 담은 병역법 시행령 49조에 따르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한 수상자는 입상확인서 등 필요 서류를 갖추어 문화관광부에 제출해야 하며, 문광부 장관은 14일 이내에 이를 병무청장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병무청장은 문광부의 추천자를 심사해 최종적으로 판단한다. 결국 무용협회의 역할은 입상확인서를 발급해주는 것으로, 그 다음 절차는 자연스럽게 문광부와 병무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무용협회 안승원 사무국장은 이튿날인 7월22일 다시 병무청을 찾아가 “2003년 서울공연예술제는 무용협회가 주최하지 않은 행사인데 우리가 입상확인서를 발급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병무청은 “무용협회가 주최한 행사라야 병역혜택을 주는 것”이라는 ‘상식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자 무용협회는 “병무청이 인정하지 않는 행사”라며 다시 입상확인서를 발급하지 않기로 태도를 바꿨다. 안 국장은 “그렇잖아도 무용협회 주최 행사에 잡음이 많아 섣불리 행동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가 서류를 잘못 냈다가 병무청이 이를 발각해 트집 잡으면 행여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협회, 경과 모르는 병무청 업고 딴청
애초부터 서울공연예술제의 조직 싸움에 굳이 관심둘 이유가 없었던 병무청은 여전히 규정과 절차의 타당성만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병무청 소집과 최종환 계장은 “우린 무용협회와 연극협회의 갈등엔 관심 없다. 병무청장이 정한 행사의 수상자가 적법한 서류를 올려 문광부의 추천을 받으면 이를 심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영산 과장은 “애초에 병역혜택을 도울 마음도 없었으면서 문광부와 병무청을 오가며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무용협회는 누구를 위한 협회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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