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경을 가다 마지막회- 북한 · 중국 · 러시아]
글 · 사진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인터뷰 | 고지찬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
고지찬(54) 블라디보스토크 무역관장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자원을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쟁탈전이 치열한 반면 한국의 대응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극동지역 자원을 놓고 중국과 일본의 쟁탈전이 치열해 보인다.

=극동지역은 이들 두 나라의 원자재 공급지로서 매우 중요하다. 시베리아 가스관은 나홋카로 연결하는 것으로 거의 결정된 듯하다. 중국은 동북 3성의 석유가 고갈된 상태다. 자원이 부족한 일본도 물론 극동지역의 자원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더구나 두 나라 모두 러시아 극동지역이 지척에 있어 그런지 쟁탈전이 더 치열하다.
-일본은 푸틴 정권의 환심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일본은 막강한 자본력을 내세워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등 고위 관료들을 총동원해 모스크바에 보내 푸틴 대통령이나 측근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로비전을 펼쳤다. 또 일본 원유탐사 공사 등은 러시아와 공동으로 매장량이 1천억 배럴로 추정되는 극동 시베리아 지역의 원유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시베리아 송유관 연결사업에서 자국에 유리한 결정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가스전 연결사업이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결정이 나면 러시아-중국 관계가 냉각될 가능성은 없나.
=러시아는 중국에 송유관 건설 사업권을 넘기기에는 아직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다른 보상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극동지역 러시아 젊은이들이 전부 모스크바 등 서부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데, 중국인들은 오히려 급증하자 푸틴 정권은 약간 불안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중국을 막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옳은 지적이다. 국경의 의미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물이 허벅지까지 찬 상태라고나 할까. 국경은 존재하더라도 어느 순간 러시아 극동지역은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돼 중국 땅이나 다름없게 될 수도 있다. 중국인의 유입을 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으나 이들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 등도 “이제 시대는 변했다. 중국을 활용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응은 어떠한가.
=우리는 돈도, 전략도 없어 보인다. 시베리아 원유 확보를 위한 중국이나 일본의 집요한 공세와 견주면 그 시급함이 이들 나라 못지않은 한국의 대응은 너무 안이해 보인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엔테카(NTC)와 같은 일부 성공사례가 있긴 하나 자원개발과 같은 큰 프로젝트는 거의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러시아 시베리아 극동 진출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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