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 한겨레 탁기형
상왕, 영일대군, 만사형통….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따라붙는 별명이다. 지난 연말엔 누리꾼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명박상득’(命薄相得·명이 짧아야 서로에게 이롭다)이란 말도 만들어냈다. 그만큼 국회의원으로서 위임받은 것 이상의 권력을 이 의원이 누리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증거다.
여권 내부 권력투쟁의 정점엔 늘 이 의원이 등장한다. 대선 경선에서 ‘적’이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과는 워낙 치열한 경쟁을 벌였기에 ‘철천지한’이 남았다손 치더라도, 함께 정권을 교체한 이명박계 안에서 왜 이런 사달이 벌어졌을까? 갈등과 분화의 씨앗은 승리자의 전리품인 인사와 18대 총선 공천 문제였다.
이 정부 들어 첫 권력투쟁은 2008년 총선 공천으로 폭발했다. 이재오 특임장관과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이명박계 의원들은 ‘개혁 공천’을 하려면 이 의원이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며 ‘반이상득 전선’을 형성했다. 그러나 불출마론이 터져나온 뒤부터 이 장관 등과 가까운 인사들의 공천에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이방호 (당시) 사무총장을 내세워 공천을 좌우한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인식됐다. 공천 심사 과정을 잘 아는 한 한나라당 의원은 “비례대표 명단을 청와대와 이 의원, 이재오 장관·정두언 의원 세 군데서 작성했는데, 최종적으로 공천심사위원회가 선택한 안은 이 의원이 낸 명단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이재오·정두언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이 의원 공천 반납을 촉구하는 이른바 ‘55인 파동’이 일어났지만, 이 의원의 ‘피’는 55명보다 힘이 셌다.
2008년 6월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은 잠잠해진 듯했던 권력투쟁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이 의원 보좌관 출신의 박영준 당시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현재 지식경제부 2차관)과 이 의원 등을 맹비난한 것이다. 이 정부 첫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공공기관 인선 등을 주도한 건 박영준 차관으로 알려졌다. 또 이 의원이 사장을 지낸 코오롱 출신의 김주성씨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에 기용되는 등 ‘이상득 라인’이 요직에 포진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일은 박 차관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일단락됐으나, 정 의원으로선 이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 됐다. 하지만 ‘형님’은 건재했다.
2009년 4월 재보선 때도 막후 권력 시비가 재연됐다. 이 의원이 자신과 가까운 정종복 전 의원을 공천하는 데 입김을 넣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근혜계 정수성 의원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이었다.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지자 당에선 ‘2선 후퇴’ 요구가 들끓었다. 이 의원은 그해 6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과 정무, 정치 현안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서야 했다.
그렇다고 이 의원의 힘이 빠졌을까? 이 의원과 가까운 임태희 전 의원과 원희룡 의원은 지난해 각각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나라당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당·청의 핵심 인사가 여전히 이상득 라인으로 채워진 것이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구명 로비 의혹,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유임 로비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의혹에도 언제나 ‘형님’은 등장한다. 최근엔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을 이 의원이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억울하다. 측근들은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정치를 시작했고, 무슨 결정을 할 때도 서로 의논하거나 그러지 않는다. 동생이 대통령이기 때문에 온갖 억측에 시달리는 피해자”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진짜 억울한 건 누굴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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