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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덕도 공항, 서울 대형 건설사가 다 짓는다

가덕도 신공항② 부산에 60% 이상 집중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 진짜일까?
인천대 연구팀, 정반대 결과 발표…서울에 40% 집중, 부산은 10% 불과
등록 2024-07-27 13:53 수정 2024-07-30 14:49
부산 강서구 가덕도 국수봉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국수봉은 깎여서 바다에 매립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부산 강서구 가덕도 국수봉에서 내려다본 대항마을.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국수봉은 깎여서 바다에 매립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Q. 가덕도신공항 건설 기대효과는? 

A. 사업추진에 따른 총 생산유발효과는 28조9209억원이며, 이 중 부산지역에 18조3272억원(63.37%)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되는 것으로(…)

정부가 2024년 2월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를 앞두고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다. 당시 자료엔 용역이 완료되지 않은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보고서에서 발췌한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부분도 들어 있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언론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부산에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21>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종합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른 총 생산유발효과는 27조8536억원으로, 부산지역에 17조6508억원(63.37%)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부산에 66.4%가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민생토론회 보도자료와 총금액은 달랐지만, 부산에 효과가 집중된다는 점은 같았다.

그런데 최근 국토부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부풀려졌다는 민간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 연구팀이 2024년 6월 발표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경제성 분석 연구’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으로 발생하는 28조3321억원의 생산유발효과 가운데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3조4378억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39.3%(11조1233억원)가 서울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전체 7305억원 중 서울이 2863억원(36.7%)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 1044억원(14.3%)에 그쳤다.

국토부와 연구팀의 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투자 비용에 대한 실질적인 이득이 어디로 귀속된다고 보는지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국토부는) 투자 금액 전부를 부산에 투입해 생산유발계수 등을 도출해 파급효과를 분석했다”며 “(연구팀은) 투자 금액 전부를 부산이 아닌 실제 해당 사업을 수주하는 사업자 소재지에 적정 배분하는 관점으로 연구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거주성을 바탕으로 분석되는 산업연관분석은 대규모 토목공사가 가진 현실적 문제를 간과합니다. 예전에는 건설이 현장중심의 노동재 기반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대형토목공사는 장비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자본재 중심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역에서 건설을 하면 모든 효과가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설정은 오류가 생기게 되죠.” 연구팀의 송지현 연구원이 말했다.


부산·경남 건설업체 지분은 11%

국내 대형건설사들의 소재지는 대부분 서울이다. 2023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30위 안에 드는 건설사 중에 소재지가 부산인 건설사는 없다. 이에 연구팀은 조달청 발주내역을 통해 이미 수주된 사업들은 기업의 소재지에 따라 나누고, 부지조성공사와 같이 입찰이 되지 않은 사업은 서울과 부산의 비율을 8 대 2로 나눠 계산했다. 지역업체 비율을 20%로 계산한 것은 인천공항 사례와 지역업체 20% 참여 의무조항을 넣어 발주한 새만금국제공항 사례를 참고했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입찰의 경우 지역업체가 참여하면 가산점을 주는 우대조건은 있지만 의무조항은 없다. 이 때문에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2차 입찰 당시 단독으로 응찰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경우 부산과 경남의 지역업체 14곳이 참여했는데 지분을 다 합해도 11%에 불과했다.

양 교수는 결국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인한 이익이 부산이 아닌 서울, 지역 중소업체가 아닌 대형건설사에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도(PQ)는 커트라인 점수만 넘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산점을 위해 지역 중소건설사를 참여시킬 이유가 없다”며 “지역 대형건설사 몇 곳만 참여시키면 가산점을 채울 수 있는 구조라 중소업체들의 참여가 어려운 실정”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입찰이 두 차례 유찰된 이후 대기업의 공동도급 참여 제한 업체 수를 2곳에서 3곳으로 완화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사업규모와 공사 난이도를 감안할 때 경쟁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상위 건설사가 추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 교수는 “공동도급 제한을 2개 사에서 3개 사로 확대하면 지역업체와 중소업체의 참여 장벽이 더 높아진다”며 “2개 기업이 나눠 먹을 것을 3개 기업이 나눠 먹게 되는 만큼 지역의 영세기업에 떨어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공동도급 참여 제한 완화의 의미

국토부의 이런 조처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상위 10위 이내 업체 상호 간에는 공동도급이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조달청이 2023년 기술형 입찰에서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업체 간 공동도급을 허용하도록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를 개정했다. 사업의 규모나 난이도 등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3개 사 이상 확대도 허용하도록 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개정에 반대하며 “느닷없는 상위 10대 사 간 공동도급 허용 행정예고는 추진 과정에서부터 예타 면제 등 실체적·절차적 위법의 문제가 심각한 가덕도신공항 입찰 과정에 활용하려는 ‘원포인트’ 개정 의도”라고 지적했다. 중견건설사 357개 사도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개정안은 시행됐다. 국토부는 2024년 7월31일 변경된 입찰조건을 반영해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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