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표현하면 가덕도신공항은 이미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다. 2029년으로 예정된 개항이라는 목표에 딱 가서 맞히기만 하면 되는 그런 상황에 와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024년 2월13일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2024년 12월 착공을 앞둔 가덕도신공항은 과연 2029년 12월 개항이라는 과녁에 꽂힐 수 있을까. <한겨레21>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오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국토부가 만든 3230쪽짜리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종합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그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2022)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계획 적정성 검토 보고서(2023)는 공개된 바 있지만, 기본계획 보고서 전문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은 2023년 말 수립·고시됐지만, 기본계획 종합 보고서는 2024년 4월에야 나왔다. 그간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 시민단체에선 기본계획 용역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고시된 기본계획은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국토부 쪽은 “총사업비 협의가 늦어지면서 용역이 중지된 것이고, 나머지 부분은 기본계획을 고시할 때 이미 완료돼 있었다”고 반박했다. 가덕도신공항 완공을 위한 로드맵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과 함께 분석해봤다.
기본계획 종합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공사 기간(공기)이다. 기존의 사전타당성 연구나 적정성 검토에서 예정했던 공기는 9년8개월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개항 시점을 2029년 12월로 앞당기면서 공기도 6년(2024∼203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2030년 유치하려 했던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엑스포 유치에 실패했지만, 정부의 개항 목표 시점은 최근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다.
문제는 보고서도 공기 단축 계획에 무리가 있음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보고서 10장의 공사 시행 계획 부분을 보면, 처음 산출된 예정 공기는 ‘7년’으로 나온다. 이 공정표에 따르면 2029년 말에도 공정률은 80%에 미치지 못한다. 완공 시점은 2031년이다. 2029년 개항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2029년 12월 개항을 위한 공기 단축 방안’을 제시했다. “조속한 개항이 가능하도록 동측 매립 부지 위주의 시공 및 공정계획 수립”을 하고 “서측 부지 매립 완료 전과 일부 구역 배수 및 포장 공사 완료 전에 종합시운전 시행”을 하는 식이다. 공항이 모두 완성되기 전에 개항하겠다는 얘기다. 보고서엔 이런 공기 단축 방안이 적용된 표를 하나 더 만들어 제시하는데, 그것이 <표1>의 예정 공정표다.
그러나 이 공기 단축 방안에 따르더라도, 개항 시점까지 끝나지 않는 공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지 조성과 관련한 포장 공사나 부대 공사는 2030년 초까지 예정돼 있고, 서측 부지의 3단계 매립공사 또한 2030년 초까지 예정돼 있다. 부대 토목공사는 2029년 종합시운전과 함께 시작해 2030년 말까지 이어지고, 서측 부지의 배수 및 포장 공사는 2029년 말 시작한다. 이헌석 위원은 “비행기는 뜨는데 옆에서 토목공사를 한다는 얘기”라며 “2029년에 맞춰 개항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24년 7월19일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며 공기를 착공 후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했다고 밝혔다. 다만 동측 매립지 공사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인 시설을 집중적으로 우선 시공해 2029년 말 개항을 추진하고, 서측 및 전체공사는 공기 내에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29년 말 개항’이라는 일정은 바꾸지 않겠다는 셈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도 실패한 상황에서 왜 이렇게 무리한 일정을 고수하는 걸까. 김정희 가덕도신공항 건립추진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가덕도신공항은 국가균형발전 핵심 프로젝트라 신속히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또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여객터미널이 올해 확장했음에도 수용 능력이 830만 명이거든요. 그런데 올 연말엔 860만 정도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적정 수용 능력을 넘어가면 (이용자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가덕도신공항은 원래 발표했던 대로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본계획에 명시된 총사업비는 15조8187억7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공항 부문이 13조4913억4400만원, 접근 도로 부문 7126억4400만원, 접근 철도 부문 1조6147억8700만원이다. 2022년 국토부에서 진행한 사전타당성 조사 결과 나온 총사업비는 13조7584억원, 2023년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결과 나온 총사업비 16조6437억원보다 되레 줄었다.
“처음에 국토부에서 낸 (계획에 명시된) 금액이 약 14조원이거든요. 이게 물가인상 반영하면 15조원까지 된다는 거였는데, KDI에서 검토해봤더니 거의 17조원에 육박하는 숫자가 나온 거예요. 그래서 이걸 줄이는 방법을 고민한 거죠. 기존 계획안과 가장 다른 건 면적이에요. 매립하는 면적을 줄이고 액수를 맞춘 것 같습니다.” 이헌석 위원이 말했다.
게다가 적정성 검토 단계까지만 해도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는 방식을 검토했지만, 기본계획에선 육·해상 배치로 바꿨다. 부지면적도 784만㎡에서 684만㎡로, 다시 667만㎡로 줄었다. 신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깎아내는 흙의 양(1억5200㎥)과 쌓는 흙의 양(2억400만㎥)은 적정성 검토 때보다 늘었다. 적정성 검토 당시 계산한 깎는 양과 쌓는 양은 각각 1억2700㎥, 1억6700㎥였다.
애초 국토부가 공항을 해상에 배치하기로 했던 건 불균등한 지반 침하(부등침하) 우려 때문이었다. 가덕도 육지의 지반과 활주로가 놓이는 해상 매립 지반이 다르기 때문에 완공 이후 해상 매립 부분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공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이유로 부등침하 가능성을 외면한 채 육·해상 방식으로의 변경을 선택했다. 기본계획 보고서에도 ‘활주로가 육상과 해상에 걸쳐 배치되는 계획의 경우, 부등침하의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지반 조사를 시행하고 부등침하 방지를 위한 대책 검토가 필요’하다거나 ‘활주로 구간 부등침하 염려에 대한 자문 의견이 빈번하게 제기된바 설계 단계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말이다.
“(활주로가) 일정하게 가라앉지 않고 중간에 단차가 생겨버릴 수 있거든요. 해상 부문에서 단차가 생기면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거죠.” 이 위원이 말했다. 실제 바다 위에 지어진 일본 간사이공항의 경우 침하를 고려한 건축계획을 수립했음에도 제1터미널 중심부 기준 좌우측, 상하부에 1.5m 이상의 부등침하가 발생한 바 있다.
해상 배치와 육·해상 배치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 해상 배치의 경우 국토환경성평가 1등급 저촉면적과 생태자연도 1등급 저촉면적이 각각 169만2513㎡와 21만3878㎡였지만, 육·해상 배치는 각각 184만5762㎡와 24만1967㎡로 늘었다. 다만 산림훼손 (예상)면적은 육·해상 배치(211만8683㎡)가, 해상 배치(221만198㎡)보다 조금 작았다. 보고서는 “자연환경 훼손은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며 “적극적인 저감방안 마련으로 환경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해양공간의 생태환경 조사 결과, 가덕도신공항 부지 인근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를 포함해 9종(대흥란, 수달, 구렁이, 게바다말, 거머리말, 둔한진총산호, 해송, 긴가지해송)의 법정보호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진동 등에 대한 직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적시했다. 많은 주민이 환경에 대한 의견을 냈지만 보고서는 이를 모두 ‘미반영’ 처리했다. 사유는 전부 같았다. “가덕도신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 및 사후환경영향조사 등 환경영향 검토와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은 앞으로 환경영향평가만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2024년 3월 환경영향평가를 수행할 용역사를 선정한 상태다. 용역 기간은 2025년 10월까지다.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인 2024년 말부터 공사를 해도 문제가 없냐는 질의에 김정희 단장은 “환경영향평가와 관계없는 일부 시공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전에 전략환경영향평가도 했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는) 2025년 6월 전에는 대강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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