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자신의 병보석을 요청하기 위해 재판부에 낸 탄원서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낳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인물이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의 재임 중 직무와 관련한 ‘비밀’을 폭로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존경하옵는 재판장님께”로 시작하는 탄원서는 “자주 글을 올리다 보니 마치 재판장님을 뵈온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저의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말씀 올릴 용기도 생긴 것 같습니다”라고 사신에 가까운 분위기로 이어진다.
김씨의 탄원서에 담긴 내용은 훨씬 충격적이다. 탄원서는 먼저 최규선씨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김 대통령은 이미 2년 전 홍걸씨와 최규선씨의 문제를 알았고 △보고서를 대통령 외에 홍걸씨와 권노갑씨에게도 ‘유출’했으며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홍걸씨와 권씨의 보호로 최규선씨는 건재했고, 오히려 최씨는 국정원 차장에게 역공까지 가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지난해에는 무기구입까지 간여해 강력히 견제하였더니 홍걸씨와 최규선씨가 청와대 민정과 검찰을 시켜 내 뒷조사까지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국정원의 탈법적 행태는 물론, 그런 국정원까지 농락하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힘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 된다. 김씨는 결국 최규선씨가 이런 버팀목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숱한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지금까지 건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씨는 이어 고급 공무원, 판·검사, 국정원 간부, 언론인 등이 지난해 분당 고급 아파트를 특혜분양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100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분당 파크뷰 아파트에 힘있는 사람 130여명이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고 미리 분양을 받았다는 그의 폭로로 현 정권의 핵심실세인 김옥두 의원 등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실제 특혜분양 사실이 확인되면 상당수 인사가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비밀정보를 관리해온 김씨는 왜 이처럼 엄청난 주장을 담은 탄원서를 제출했을까. 겉으로는 재판부로부터 병보석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이 국가를 위해 봉사했다고 주장한 것이지만, 내용상으로는 다수의 판·검사를 거론해 재판부나 검찰에 부담을 주고, 나아가 청와대에까지 경고 메시지를 보내 선처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런 면에서 김씨의 탄원서는 최규선씨의 ‘물귀신 작전’을 연상시킨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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