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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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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호를 읽고

등록 2014-02-28 18:25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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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font color="#C21A8D">또 하나의 프레임 만들기?</font>

6·4 지방선거를 다룬 5개의 특집 기사가 눈에 띈다. ‘판갈이냐 공멸이나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야권에 퍼진 필패의 위기감과 함께 서울·부산·광주의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를 짚었다. 기사의 언급대로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경쟁 구도는 이번 선거의 중요한 변수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조명이 지방선거에 대한 프레임을 고착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다른 야당과 진보 진영의 목소리가 빠진 것은 아쉽다. 진보 언론은 보수 정부가 주도하는 정치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선거 이슈를 분별해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존재감을 상실한 거대 여당과 야권의 지리멸렬한 분열 속에서 진보적 유권자들은 누구에게 표를 주어야 하는지, 설명을 넘어서는 대안에 목말라하고 있다.

정현환 <font color="#C21A8D">순혈주의는 폭력이다</font>

‘구별짓기’가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편입생들이 겪는 ‘차별’을 소개한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편입’했다는 이유로 교환학생 신청, 기숙사 사용, 교직 이수 등에서 차별당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고, 부당한 처우에도 편입생들로선 달리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편입했지만 오히려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겪고 있는 편입생들의 애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순혈주의’를 엿볼 수 있었다.

전형우 <font color="#C21A8D">경청해야 할 낮은 곳의 말</font>

소설이야, 기사야? ‘이문영의 恨국어사전’을 처음 읽었을 때 느낌이다. 형식은 낯설었고, 처음 들어본 단어들과 거친 비속어에 당황했다. 이 꼭지는 교양 없는 사람들의 어투, 특정 직업에서만 쓰는 말, 외래어와 사투리가 넘쳐난다. 광부에서 알바생까지 모두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다. ‘다 팔지 못할 만큼 튀겨라’ ‘급식을 팔아라’ 같은 노하우는 슬프지만 현실을 나타낸다. ‘한꺼번에 행동하라’는 마지막 노하우는 기본적임에도 가장 어려운 원칙이다. 그래도 ‘청년들이여, 도전하라!’는 ‘등골빼네’ 대표의 어쭙잖은 조언보단 현실적이다. 깊이 있는 취재가 없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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