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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호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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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3-05-20 18:38 수정 2020-05-03 04:27
한겨레21 표지 959호

한겨레21 표지 959호

박가영 분투하는 ‘혼자’들

꾸러미에 담긴 양파 2개에 990원, 바구니에 하나를 담는 나를 보 고 아주머니가 한 말씀 하신다. “아가 씨, 이건 비싸. 저기 양 많은 게 더 값이 싸.” 살림이 여물지 못한 자취생이 안 타까우셨나보다. 그러나 저 큰 꾸러미 를 살 순 없다. 혼자 먹는 식탁을 마주 한 지 수해째, 레드 기획 ‘슬프고 따뜻 한 독신의 식탁’은 1인 가구 시대에 새 로운 밥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뜨거 운 밥이 주는 위안을 얻기 위해 분투하 는 ‘혼자’들. 때때로 이 따끈한 위안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박선희 촛불만 밝은 밀양의 밤

“3초만 지나도 한계가 온다.” 전태일의 분신을 연기한 배우가 한 말 이다. 특수크림을 발랐어도 3초면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 빠져든단다. 지난해 경남 밀양에서 한 목숨이 이 고통 속에 사그라졌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반 대하다 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것이다. 전기를 쓰는 것은 도시 사람인데, 죽어 나간 것은 농촌 사람이다. 여전히 밀양 에선 753kV와 75살 노인의 싸움이 계 속되고 있다. 검은 밤 밀양의 송전탑 반 대 농성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사진 한 장. 봄이 와도 싸움 은 계속된다는 현실을 상기시켜줬다.

임성용 은행 콜센터 강희진 씨, 그땐 죄송했어요

라면 상무, 빵 회장, 조폭 우유까지, 억 눌렸던 을의 반격이 대중의 공감을 넘어 선 지지를 받고 있다. 분노와 통쾌함을 느끼며 사건을 지켜보는 한편 혹시 나 도 누구에게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 불현듯 든다. 그러다 기사 를 보며 떠올랐던 한 사건, 놀이공원 할 인 조건인 전월 실적에 해외 사용액은 왜 포함되지 않느냐는 생떼를 받아주던 또 한 분의 ‘강희진 상담원’님, 해지 요구 에 바로 응하신 건 그날 저 같은 진상을 너무 많이 겪어서였겠죠? 죄송합니다. 오늘은 더 행복하시길.

정진희 바보야, 문제는 숫자가 아니야

“일본 성장률이 1% 넘어가면 거품”이라 며 성숙 단계에 걸맞은 생태, 환경과 안 전, 보건을 지속 가능한 성장 축으로 제 시한 경제 ‘아베의 위험천만한 돈장난’ 에 깊이 공감했다. 고속성장 시기를 그 리워하는 아버지 세대를 보며 늘 들던 생각이었다. 우리나라도 10년이 넘도록 경제위기라고 한다. 번번이 실패하는 경기부양책에 혹하고 성장률 숫자에 집 착해왔다. 우리가 힘들다고 느끼는 건 경제위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문제들 때문이라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을 고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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