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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저는 그런 느낌 없던데, 이거 어쩌죠? 복잡해지네요. ‘빨대’에서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빨대, 명사죠. ‘빨대’라 쓰고 ‘빨때’라 읽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온뜻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물 따위를 빨아올리는 데 쓰는 가는 대’라고 합니다.비슷한 말로 ‘스트로’가 있네요. 물 건너 ‘스트로’의 고향에서 따라온 외래어죠. 둘째, 전남 지방의 방언으로 ‘담뱃대’를 뜻한답니다. 말뜻은 대충 정리가 됐네요.
‘구글링’을 해보니,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띄네요. 미국 월간지 이 2011년 11월22일 인터넷판에 올린 ‘빨대의 놀라운 역사와 구부릴 수 있는 빨대의 이상한 발명’이란 제목의 기사입니다.잡지에따르면,인류가‘마시는관’을사용한것은7천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네요. 믿거나, 말거나.
애초 우리의 볏짚 격인 호밀 줄기가 주로 빨대로 이용됐답니다. 주 고객층이오? 위스키를 마시는 성인 남성이었다네요. 문제가 있었으니 바뀌었겠죠? ‘왕건이’(건더기)가문제였습니다. 호밀 줄기에서 이런저런 찌꺼기가 음료를 타고 목구멍으로 넘어갔으니, 그리 유쾌하지는 않겠지요? 위키피디아에는 1888년 미국에서 마틴 체스터 스톤이란 평범한 노동자가 ‘종이빨대’를 만든 게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빨대의 ‘최근사치’라고 소개돼 있습니다.
아, 구부릴 수 있는 빨대요? 스톤 아저씨가 ‘현대 빨대’를 만들어내고도 반세기가량 흐른 1930년대에 조지프 프리드먼이란 분이 발명하셨답니다. ‘모티브’는주디스란 이름의 따님이었습니다. 종이빨대를 구붓하게 굽히는 바람에 음료를마시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시다 단박에 ‘깨달음’을 얻으셨답니다. 이제 본론으로들어가볼까요?
우유와 빨대의 상관관계를 ‘맛’의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고찰해줄 전문가를 모셨습니다. 조영훈 남양유업 유제품 개발실장님입니다. 조 실장님은 낙농학(요즘은유가공학 또는 동물자원학으로 불린다네요)을 전공하신 뒤 1999년 입사하셔서 지금까지 우유와 분유, 발효유까지 유제품을 두루 섭렵하셨답니다. 질문에 답해볼까요? “일반적으로 음료를 마실 때 드는 느낌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 달라진다. 우유를 예로 들면, 어떤 사람은 우유의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반면 고소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빨대로 마시든, 컵에 따르거나 팩째로 마시든 맛을 느끼는 것은 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혀에는 좁쌀 모양의 돌기가 나 있는데 거기서 맛을 느낀다. 혀끝은 단맛을 느낀다. 양옆은 신맛을 느끼고, 맨 안쪽은쓴맛, 전체적으로는 짠맛을 느끼는 식이다. 우유를 컵이나 팩으로 벌컥벌컥 마실 때는 접촉 면이 혀 전체다. 반면 빨대로 마시면, 혀의 특정 부위에 맛이 전달되기도 하고 목으로 바로 넘어가기도 한다. 빨대로 마실 때 더 맛있다고 느끼는 이는, 어찌 보면 우유의 참맛을 싫어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대충 대답이 됐지요? 참고로 조 실장님께서 남양유업 유제품 개발실원 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빨대가 맛있다 5표,컵이든 팩이든 벌컥벌컥이 좋다 5표.’ 아셨죠? 문제는 ‘취향’이랍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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