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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솔직히 저도 ‘정다혜’라고 읽었습니다. 워낙 듬성듬성한 인간이기도 하고, 제 성씨가 하필 정씨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기자를 대상으로 간이 테스트를 했습니다. S 기자가 딱 걸렸습니다. “정다혜”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군요, 그다음 O 기자. “정다혜? 아니, 장다혜!”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C 편집장에 이어 L·K·S 기자는 “장다혜”라고 여유롭게 읽더군요. 지능지수(IQ)의 차이는 아니라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자, 이제 그 이유를 파헤쳐볼까요?
우선 정씨가 장씨보다 익숙하다는 점에 주목합시다. 정씨는 김·이·박·최에 이어 우리나라 5대 성씨입니다. 반면 장씨는 강·조·윤에 이은 9대 성씨입니다. 인구수로 비교하면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장씨가 정씨보다 희귀한 성씨라는 얘기죠. ‘다혜’는 어떨까요? 한 작명소가 운영하는 ‘내가 놀랐던 내 이름에 대한 다양한 통계’를 보면, 다혜는 우리나라에서 122번째(0.14%)로 자주 쓰이는 이름이랍니다. 여성 이름이 95%이며, 1991년에 가장 많이 태어났고, 출생지는 서울이 많습니다. 특히 ‘다’는 이름 앞자로 16번째(2.05%), ‘혜’는 이름 끝자로 17번째(2.02%) 많이 쓰입니다. 결국 우리나라에는 장다혜보다 정다혜가 훨씬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뜻 ‘정다×’라는 이름의 유명인만 생각해도 정다빈, 정다정, 정다은, 정다솔, 정다연 등이 떠오르네요.
그다음 국어대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장다×’는 △장다루(‘볏’의 경북 방언) △장다리1(무·배추 따위의 꽃줄기) △장다리2(‘장딴지’의 경상 방언)가 나옵니다. ‘정다×’는 △정다각형 △정다듬(정으로 돌을 쪼아 다듬는 일) △정다면체 △정다변형(정다각형) △정다산(정약용의 성과 호를 함께 부르는 이름) △정다시다(크게 혼나 정신을 차리다) △정다웁다 등이 있습니다. 역시 ‘장다×’보다 ‘정다×’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발음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마왔다’가 표준어였습니다. 양성모음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었죠. 하지만 현재는 ‘고마웠다’가 맞습니다. ‘고마왔다’보다 편해 많은 사람이 그렇게 발음하다보니 표준어가 바뀌었답니다. 한번 발음해보세요. ‘장다혜’보다 ‘정다혜’라는 발음이 살짝 편하지 않은가요? 결론적으로 장다혜라는 이름이 정다혜보다 희귀하고, 발음도 다소 어려워 잘못 읽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조명 효과’라는 심리 현상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연극 무대에 선 주인공의 머리 위에는 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집니다. 그 조명은 주인공이 움직일 때마다 따라다니고 관객은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 감정의 흐름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극의 주인공이 아닙니다. 다만 조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다른 사람의 시선에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쓸 뿐입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조용히 내려놓는다면 사소한 것에서 상처받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줄어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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