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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미향 기자
든든하시겠습니다. 냉장고에 김치가 가득하면 만기 적금을 탄 기분이 들거 든요. 그래서 저도 지난 주말 고향에 내려가 김장김치를 얻어왔답니다. 따 뜻한 제주에선 김장도 다른 곳보다 조 금 늦거든요. 부끄럽지만 김장 과정을 찬찬히 지켜본 건 처음이었답니다. 엄 마표 김장은 경이로웠습니다. 싱싱한 조기를 1시간 푹 달인 뽀얀 국물에 사과· 배·무·양파·생새우를 갈아넣은 뒤 멸치젓국으로 간을 맞추더군요. 거기에 가 을 내내 마당에서 말려 곱게 빻은 고춧가루를 넣어 휘휘 젓습니다. 걸쭉하게 된 양념을 절인 배추에 정성껏 치댑니다. 그렇게 완성된 첫 김치의 가장 노란 속을 엄마가 쭉 찢은 뒤 싱싱한 통영굴을 휘휘 감아 제 입에 쏙 밀어넣어주십니다. 저 그날, 속 쓰릴 때까지 김치만 먹고 다음날 아침 고생 좀 했더랬죠. 헤헤.
김장김치를 손으로 쭉쭉 찢어 먹는 전통은 조선 후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때 처음 포탄 모양으로 속이 꽉 찬 결구배추를 중국에서 들여와 지금과 같은 김장을 담그기 시작했다네요. 헌종 15년(1894) 홍석모가 쓴 를 보 면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치 담그기는 인가(人家) 일 년의 중요한 계획 이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까마득한 그때나 지금이나 김장을 담그면 먹기 좋게 찢어 자식 입에 넣어주는 게 다 같은 어머니의 마음이겠죠.
손으로 찢은 김치가 왜 감칠맛 나게 느껴지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봤습니다. 김 치 명인인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부회장의 답이 걸작입니다. “김치는 잘 담 가야 맛있다. 맛없는 김치는 손으로 찢든 그냥 썰어 먹든 맛이 없다.” ‘똑같이 맛있는 김치’를 전제로 다시 물었습니다. 김치를 담그면 표면이 얇은 잎은 염도 가 높고 두꺼운 줄기는 염도가 낮게 돼 김치를 세로로 찢어먹어야 간이 딱 맞 게 되는 거랍니다. 추정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답니다. 모든 음식은 금속이 닿 으면 맛이 없어지는 것 같다네요. 콩을 맷돌로 갈아야 두부가 고소하고, 밀가 루 반죽은 손으로 해야 더 차진 것처럼.
그럼 독자님 분석처럼 정말 칼이 범인이었던 걸까요? 칼을 전문적으로 파는 쇼핑몰인 한칼(한칼대장간)을 운영하는 김만배 사장은 단호하게 부정합니다. “강철로 만든 무쇠칼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철이 산을 만나면 녹이 슬어 음식 맛을 상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27~28년 전부터 주방용 칼로 쓰이는 스테인 리스스틸이나 몰리브덴스틸 칼은 어디에도 잘 반응하지 않는다.” 장해춘 조선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도 생각이 같답니다. 드디어 부엌칼이 수십 년간의 오명 에서 벗어나는 순간입니다.
장 교수는 손으로 찢은 김치 맛의 비결을 오로지 정서적인 이유에서 찾습니다. 엄마가 나를 보살펴준다는 유대감이 김치 맛을 돋워준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엄마가 찢어준 김치와 아내가 찢어준 김치의 맛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네요. 행여 그렇다고 아내에게 엄마처럼 김치를 찢어 밥에 얹어달라고 숟가락을 내밀 지는 마세요. 여차하면 앞으론 썰어진 김치도 못 먹게 될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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