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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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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멘붕’의 만남

독자 단박인터뷰
등록 2012-12-28 20:29 수정 2020-05-03 04:27

독자 인터뷰를 하겠다는 호기로운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자신의 얼굴을 내미는 걸 죽도록 싫어하는 이규향(48)씨, 갑자기 인터뷰 욕구 분출, 이게 다 대선 때문이었다. 대선일을 기점으로 조증과 울증이 확 나뉘었다.

독자 인터뷰 전화드렸습니다.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제가 전자우편을 보냈을 때는 약간 대선 분위기에 ‘업’돼 있었어요. 2번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기분이 여러 가지로 좋았거든요. 그런데 대선 결과가 나오고 나서 독자 인터뷰를 하게 되네요. 어제부터 심한 저기압입니다. 신문도 안 보고 있습니다.

결과를 전혀 예상치 못하셨군요. 박근혜 당선인이 한마음봉사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봤어요, 어릴 때. 저는 박 당선인이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독재에 참여한 인물이라고 봅니다. 새누리당의 다른 후보라면 이 정도로 허탈하지 않았을 겁니다.

여성민우회 생협 매니저로 일하신다고요. ‘행복 중심’이라는 간판을 건 생협입니다. 고양·파주 여성민우회 생협에서 운영하는 곳이고요. 이번에 새롭게 이름을 공모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생협 조합원이었는데, 가까운 데 매장을 낸다는 말을 듣고는 찾아가서 일하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적극적이시군요. 오랫동안 생협을 이용했고, 당시 일이 필요했고, 가능하면 의미 있는 데서 일하자, 그랬던 거죠. 생협 상품이 비쌀 거라며 아이 것만 생협에서 산다고 하는 분들 있는데요, 마트보다도 생협의 가격이 쌉니다.

월급이 아무래도 적을 텐데요. 급여는 적습니다. 최저임금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지요. 하지만 믿을 수 있는 먹거리와 공정하게 치르는 생산 가격 사이에서 생협 활동을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공존의 힘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환경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생협에서는 이번 대선에서 ‘탈핵 투표 운동’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박 당선인은 핵발전에 대해 ‘유보’ 입장이라….

(대선 이야기하다 이야기하는 걸 까먹었다. 이래저래 ‘멘붕’들 많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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