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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리는 어디서 오는 건가요?

등록 2012-11-23 14:54 수정 2020-05-03 04:27
학교 조례 시간에 선생님이 “여러분은 창조론을 믿으세요, 진화론을 믿으세요?”라고 물으시더니, “저는 창조론을 믿어요”라고 하셨어요. 아이들이 이유를 여쭤봤더니, “날파리가 항상 날아다니는 걸 보니 그렇다”고 말하시더군요. ‘그렇구나’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잘 생각해보니 많이 궁금하네요. 날파리는 어디서 오는 건가요?(여중생 이소연)
한겨레 자료

한겨레 자료

‘날파리’는 초파리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하루살이를 날파리라고 부르는 분도 있고,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을 날파리로 통칭하는 경우도 있긴 하더군요. 초파 리든 날파리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 녀석들이 무더기로 집 안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딱히 유쾌한 경험이 아니지요.

초파리가 생기는 이유는요, ‘창조론’ 시각에선 이미 선생님이 조례 시간에 말씀 해주셨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역시 ‘신’께 의탁하게 되는 법이지요. 그럼 ‘진화론’에선 어떤 설명을 내놓을까요? 생각보다 쉽답니다. 포털 사이트를 꼼꼼하게 검색해보면요, 대개 이런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결론 적으로 말씀드리면, 이게 ‘진리’에 가깝습니다. “초파리가 생기는 이유는, 초파리 엄마가 아기 초파리를 낳아서 그런 겁니다.”

이쯤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까요? 경기도 의정부 발곡고등학교에서 생물 을 가르치시는 김태호 선생님이십니다. 교직생활 15년 경력의 김 선생님은 전국 과학교사모임 부회장님이시라네요. 자, 선생님 오셨으니 일단 교과서를 펼쳐야 겠죠.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단원을 보면, ‘자연발생설’과 ‘생물속생설’이 등장 할 겁니다. 자연에서 새로운 종이 스스로 생겨난다고 믿는 자연발생설이 창조론 에 가깝다면, 모든 생물은 생물에서 생겨난다고 보는 생물속생설은 진화론에 가까울 겁니다. 과학은, 역시 실험이겠죠? 김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냉장고에서 고기를 두 덩어리 꺼냅니다. 한 덩어리는 접시 위에 두고, 한 덩어 리는 유리병에 넣고 뚜껑을 닫습니다. 며칠이 지나면 접시 위에 있는 덩어리에 는 구더기가 생길 겁니다. 유리병에 있는 건 멀쩡할 테고요. 이거, 19세기 때 했 던 실험입니다.”

대충 감 잡으셨지요? 김 선생님, 영어도 잘하십니다. 초파리가 영어로 ‘Fruit Fly’ 라고 알려주시네요. 과일의 당분을 찾아내는 능력이 잘 발달돼 있답니다. 결론 들어갑니다. 크기가 5mm도 안 돼 잘 보이지도 않는 초파 리 한 마리가 과일 당분 냄새 를 맡습니다. 방충망을 뚫어서 라도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과 즙을 쭉쭉 빨아먹고, 알도 낳 습니다. 불과 7~8일이면 성충 이 된 녀석들이 다시 알을 낳 습니다. 집 안이 초파리떼로 넘쳐납니다. 바나나같이 실온에서 보관하는 과일에 는 이미 ‘신생아실’이 마련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운반 과정에서 충분히 ‘초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 수 있으니까요.

보너~스! 초파리 퇴치법입니다. 빈 페트병을 대충 반으로 자릅니다. 잘라낸 아 래쪽에 과일 껍질을 넣고, 윗부분을 거꾸로 끼워넣습니다. 한나절이면 집 안의 초파리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연답니다. 초파리의 ‘공간지각 능력’은 딱 곤충 수 준이어서, 들어가기는 하는데 나오지는 못한다네요. 김 선생님이 실생활에서 활 용하시는데, 효과 만점이랍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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