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조카의 울음
최근 사촌이 한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조카가 우리 차는 왜 이렇게 낡았느냐고 울었다는 이야기. 친구들과 놀던 중 “너희 집 차는 뭐야?”라는 질문을 받았고, 사실대로 말했더니 친구들이 차가 후지다고 놀렸단다. 이렇게 상대적 박탈감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래서 특집 ‘혼합 넘어 통합으로’는 쉽사리 넘길 수 없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가르는 철조망이라는 ‘구분짓기’가 조카 녀석의 마음 깊은 곳에도 자리잡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됐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임대아파트와 분양아파트의 공간적 혼합이고, 각 주민들 간의 스킨십일 터. 원순씨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황소연 쫓고 쫓기는 지옥도
포털 메인 화면의 선정적인 기사 제목들은 날이 갈수록 일취월장한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단어를 너무나 잘 선별하는 능력이 놀라울 뿐이다. 그곳에서 언제부턴가 뉴스는 드라마가 돼가고 있었다. 그것도 이른바 ‘막장’에 다다랐다. 과장은 기본이고, 뉴스에는 금기시되는 줄 알았던 줄임말, 은어, 인터넷 용어도 흔하다. 포털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노출된 공간이라는 자각이나,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예의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다.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페이지를 지혜롭게 부활시킬 방법은 없을까?
이정주 그분과 그분의 차이
“현장에 가면 문제의 본질이 있고 답이 있더라.”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이 와닿았다. 영구임대주택에 대한 특집은 우리 사회가 만든 보이지 않는 계층 장벽의 현실을 절감케 한다. 취약계층의 집단 거주지로 전락한 영구임대주택단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듣는 박 시장을 보며 그렇게도 현장을 중시한다던 그분(?)이 떠오른 건 왜일까? 같지만 다르다. 둘 다 현장을 찾아가는 건 같다. 그러나 한쪽은 실태 파악이 목적이고 다른 한쪽은 쇼가 목적인 게 다를 뿐이다. 박 시장의 후속 조처는 국밥 먹고 국밥 장사 망하게 한 그분과는 다를 거라 믿는다.
J군 서양이 발견한 잡놈들
지금껏 잡놈 취급받던 김기덕과 싸이의 예술이 폭넓은 대중에게 주목받는 것은 반가우면서 내심 통쾌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런 B급 예술의 위상 변화가 오직 ‘서양인의 관심’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현실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사실 대중은 여전히 잡놈들의 영화와 음악 자체보다 그것들이 서양에서 얼마나 많은 상을 받고 얼마나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할지, 그래서 얼마나 대한민국의 명예를 드높일지에만 관심이 있을 것이다. 잡놈들은 한류의 정형화된 공식을 따르지 않아 성공할 수 있었다. 가장 비한국적인 잡놈들의 예술까지 민족주의적으로 해석하며 스스로 뿌듯하고자 하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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