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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놀라는 편입니다. 그래서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누군가 장난으로 저를 놀라게 했을 때 상대방을 좀 무안하게 해서 미안합니다. 평소에는 정적인 편인데 놀랄 때는 액션이 대단하거든요. 그럴 때 제가 뭐라고 소리 지르는지 곰곰 생각해봤습니다. 놀라서 무의식 중에 내뱉는 말이다 보니 정확하게 꼽을 순 없겠지만, 대체로 ‘흐익’ ’악’ 등 뜻 없는 말을 내지르는 것 같습니다. 엄마 찾을 겨를도 없는 거죠.
그럼 독자님 친구들 절반 이상은 왜 놀랐을 때 ‘엄마야’를 외치는 걸까요. 언제나 답은 가까이 있는 법이지요. ‘엄마야’ 질문은 엄마에게. 전화해 여쭤봤더니 “남의 엄마 찾는 걸 왜 내한테 물어보노?”라고 하십니다. 그러게요.
스스로 ‘최천재’라 일컬으며 제게 무엇이든 물어보라던 토요판 최성진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보통 ‘어이쿠’라고 하는데. 아빠는 무서우니까 그러는 것 아닐까?” 엄마야!
가까운 데서 답을 찾기는 글렀습니다.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합니다. 심리학자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는 대상관계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대상이란 학자에 따라 다르게 설명되긴 하지만 대체로 유아기 때 관계를 맺게 되는 누군가, 그러니까 내적 관계인 자신과 외부의 타자를 말합니다. 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상관계 이론에 따르면 아이가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상대는 엄마입니다. 굉장히 원형적인 대상이 엄마예요. 단지 젖을 먹게 해주고 생존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심리적 공생 관계가 형성되죠. 엄마는 나, 나는 엄마 이런 식으로. 엄마가 욕망하는 것이 내가 욕망하는 것이라고 믿을 정도죠.”
그럼 유아기가 지나고 엄마와 분리되고 나서도 우리가 놀랐을 때 엄마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여전히 엄마는 나의 안전판이라고 믿는 거죠. 야구장의 홈플레이트와 비슷한 대상이라고 해야 할까요. 내가 세상을 떠돌다가도 결국 돌아갈 곳인 거죠. 아주 드문 경우인데, 같은 이유로 아빠를 찾는 사람도 실제로 봤어요. 심리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상을 찾는 거죠.”
독자님의 질문을 대신 하다 보니 저도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놀랐을 때 엄마를 찾을까요? 영미권에서는 ‘Oh, god!’라고 하잖아요. 심 교수는 서구의 경우 가족적 집합체보다 개인적으로 맺는 신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세상을 주관하는 절대적 존재에 관한 믿음에 심리적으로 강하게 지배받는다는 거죠. 참고로 중국 사람들은 놀랐을 때 엄마라는 뜻의 한자인 ‘마’를 써서 ‘워더마야!’라고 외친다네요.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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