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왜 저한테만 길을 물어볼까요

등록 2012-07-26 15:34 수정 2020-05-03 04:26
Q. 고등학생인데요,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이 유난히 저한테만 길을 많이 물어봐요. 학원에서 집에 가는 길인데 세 번이나 길을 가르쳐준 적도 있어요. 왜 저한테만 길을 많이 묻는 걸까요? (fhtk****@naver.com)
윤운식 기자

윤운식 기자

A. 저한테도 그렇습니다. 이런 사람을 흔히들 ‘내비게이션형 얼굴’이라고 하죠. 이런 사람은 외국에 나가도 길찾기 질문 공세를 받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글로벌하기까지 한 내비게이션형 얼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흔히들 사람을 만나면 0.3초 만에 좋고 싫음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친절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사람만을 가려내는 셈이지요.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의 주선희 교수는 “사람이 인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DNA 속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의 얼굴 특징은 눈·코·입이 분명하고 외모로는 중급 이상이 돼야 한답니다. 입매가 느슨하고 콧방울이 퍼진 사람은 길을 물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안 물어본답니다. 똑똑해 보이되 어렵지는 않은 얼굴이 ‘내비게이션형 얼굴’의 기본 조건이라니 어깨를 펴봅시다. 물론 달리 말하면 한가해 보이고 만만한 인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눈매가 뚜렷하고 입가가 팽팽한 사람은 길을 물어보면 귀찮아할 것 같은 인상이랍니다. 사람들이 안 물어본답니다. 을 쓴 여행가 황희연씨에게 여행을 다닐 때 누구에게 길을 물어보았는지 물으니 “휴대전화를 보고 있지 않거나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은 사람”을 우선순위로 꼽습니다. 눈이 마주칠 때 씩 웃어주거나 그 동네에 사는 듯 편안한 복장을 하고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제게 길을 물어보는 것은 TPO(시간·장소·목적)가 결여된 이놈의 복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남에게 길을 묻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황희연씨는 일본 사람들한테서 “왜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길을 물어보길 좋아하나요? 일본 여행 온 한국 사람들은 물론 한국 여행하는 일본 관광객한테도 맨날 길을 묻더라고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합니다. 되도록 남에게 묻지 않는 일본 사람들의 문화적 특징도 있지만, 성격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선희 교수는 남에게 길을 묻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눈과 눈동자가 비교적 크다고 합니다. “눈은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돌출된 뇌”라는 것이 주 교수의 풀이입니다. 눈이 작은 사람이 지도를 찾을 동안 눈이 큰 사람은 남에게 묻고 말을 걸길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주선희 교수는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고 싶어 하지만 실은 남들이 어려워하는 인상의 사람에게 길을 물어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구각(입꼬리)이 꽉 조여진 사람 중에 조리 있게 말하는 이가 많답니다. 교수, 변호사, 기자 중에 갈매기 입술인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아는 것도 많지만 발음에 신경 쓰며 조리 있게 말한답니다. 이런 입매를 가진 사람에게 물어보면 ‘좌회전 뒤 100m 직진하시오’라는 답을 들을 가능성이 크지만, 입이 느슨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저쯤 가면 된다’고 답한다니 길을 물어볼 때도 얼굴을 살피며 할 일입니다. 배우 이민호는 커피 광고에서 길을 물어보는 여자에게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앞에서 우회전하신 다음에요, 좌회전, 좌회전, 좌회전, 그리고 여기로 오시면 돼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길을 물어볼 때는 먼저 얼굴을 잘 살핍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