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다른 기자들이 숱하게 말했지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질문을 누군가에게 던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전화번호부를 뒤적이고 입술을 달싹거리며 망설이다 저녁이 되어버렸습니다. 마감은 다가오고…. 그래서 먼저 뒤졌습니다. 네, 포털 사이트를요.
‘연예인 팬레터’라고 검색창에 치니 맨 윗줄에 독자님의 심정과 같은 질문이 뜹니다. ‘연예인들은 팬레터 일일이 읽어보나요?’(mah****) 그 아래 h님이 장문의 답변을 남겼습니다. 요약하면, 편지는 비용이 적게 들고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수단이지만 인기가 많은 연예인일수록 바쁘고 팬레터도 많이 받을 테니 어차피 다 못 읽을 것이므로 안 보내는 게 좋다. 선물? 본인이 갖고 싶은 것도 다 못 사는 학생 신분에 남의 것을 사겠다고? 어차피 남들이 많이 보내준다. 나는 하지 않더라도 남이 하게 돼 있다는, ‘별신’ 등급 답변자의 철학적 사유(?)에서 비롯한 답인 듯합니다.
다른 질문을 클릭해봅니다. 이분(les****)도 연예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보낸다네요. 그런데 걱정의 방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우체국이랑 집이 너무 먼데 집 앞에 있는 빨간통에 넣으면 편지가 가냐는 겁니다. juj****라는 분이 답을 남겼습니다. 그 빨간 것이 우체통이라는 것이오. 우체통에 넣어 보내려면 꼭 우표를 붙이라고 조언을 해주시네요. 그리고 연예인이 편지를 읽느냐 마느냐는 당사자의 심성과 그날 컨디션에 달려 있답니다. 그 아래 다른 분은 우표 하나만 붙이면 연예인이 뜯어보기도 전에 반송될 수 있으니 2개를 붙이랍니다.
구구절절, 연서를 보내는 이의 순정이 넘치는 질문들입니다. 다음 사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심정이 절절해 독자님의 마음과 통할 것 같아 실어봅니다. 목포에 사는 한 학생이라고 소개한 어떤 분(dlg****)은 구혜선 누나가 팬사인회를 목포로 오는데 다행히 그날 체육대회라 학생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서 가려고 한답니다. 신이 자신의 마음을 갸륵히 여겨 혜선 누나를 목포로 보내주신 거라며 평생의 기회를 써서 존재감을 알리고 싶다는데요. “팬레터는 짧게 쓰는 게 좋을까요, 길게 쓰는 게 좋을까요, 대충 작은 편지지 한 장 정도면 될까요?” 내공 100을 건답니다. 질문자의 기대를 꺾는 첫 번째 답변자(nat****)의 대답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혜선 누나 어차피 기억 못할 테니 내공 아끼고 그냥 학교에 있어라. 두 번째 답변자(ora****)의 대답은 친절합니다. 한두 장 분량으로 눈에 잘 띄도록 글씨를 큼직큼직하게 쓰시라.
이후 여러 질문을 더 헤집어봐도 연예인이 팬레터를 읽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미궁입니다. 배우 매니저로 활동 중인 김아무개씨에게 물었습니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겠느냐”는 물음표 같은 답을 주십니다. 더 답하기 불편하신 듯해 질문을 멈췄습니다. 그러나 틀림없이 팬레터를 챙겨보는 이들이 있다고 전합니다.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마시고, 연서를 날려보시길.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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