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C21A8D"> 연애 10년에 결혼 7년, 우리 부부는 바쁜 생활 중에 종종 함께 목욕을 하며 가족의 정을 나눕니다. 얼마 전, 서로의 등을 밀어주다 놀라운 발견을 했습니다. 아내의 때는 빈 종이에 지우개를 민 것 같은 색깔이었고, 제 때는 글자가 가득 적힌 종이에 지우개를 민 것 같은 색깔이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평소 비누칠을 잘 안 해서 때가 검다는 ‘위생 불량설’을 제기했습니다. 저는 제 피부색이 아내보다 검기 때문이라는 ‘피부색 차별설’로 맞섰습니다. 피부색에 따라 때의 색깔도 다른 거 아닌가요?(종로에서 제이)</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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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첫 취재 주제가 ‘남의 부부 때 색깔’이라니요.
원고 마감에 앞서 대중목욕탕에 들렀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불특정 다수의 때를 관찰하려 했지요. 이런 ××, 욕탕 물 빼는 시간이었습니다. 30여 년간 때를 밀어오셨다는 중앙목욕관리학원 이도형 원장에게서 여러 말씀을 청해 들었습니다. “겉보기엔 까매도 ‘때’가 새하얀 경우가 있어요. 그 반대도 있고.” 피부색과 때 색깔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그나저나 독자님 때 색깔은 항상 검은 편인가요? 원장님께선 이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목이나 팔 부위의 때가 좀더 짙은 색을 띠는 것 같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일단 아내분께서 제기한 ‘위생 불량설’에 힘이 실리는군요. 달인과의 대화를 좀더 이어나가고자, 사람마다 때 ‘굵기’에 차이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피부가 지성일수록 때가 더 잘 뭉쳐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굵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는 때를 미는 자의 ‘스킬’이라네요. 한 번의 손놀림으로 다량의 때를 길게 모아, 밀어내는 횟수를 최소화할수록 시원함은 커집니다. 굵고 기다란 때 뭉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신의 손’ 운명을 타고나신 거겠죠.
이제 독자님의 의문을 좀더 명확히 규명할 차례입니다.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김상석 교수님과 전화 연결이 됐습니다. 점잖은 목소리를 들으니 질문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디다. 옆자리 김남일 기자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무엇이든…’을 취재할 땐,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선 안 된다는 훈수를 두네요. 아무튼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때’라고 부르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피부 각질층 맨 바깥 부분으로 죽은 세포입니다. 각질층은 보통 투명한 색을 띠고, 멜라닌 색소의 영향을 받는 피부색과는 상관없습니다. 때 색깔이 검은 것은 이물질의 영향 때문입니다. 아내분의 지적대로 평소 비누칠을 잘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독자님의 질문은 사실 ‘염장글’에 가깝다는 거 아시나요. 손이 닿지 않는 등짝 부위가 늘 찝찝한 싱글족 독자님들, 어느 누리꾼이 블로그에 올린 다음의 비책을 참고하세요.
#나 홀로 등밀기
준비물: 이태리 타월, 샤워기(주걱), 고무줄(목욕탕에선 열쇠줄)
① 샤워기에 타월을 씌운다. ② 고무줄로 타월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다. ③ 샤워기를 오른손·왼손으로 번갈아 잡고 등을 민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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