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C21A1A">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진보 매체 안에 보수 성향의 기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기하게 오히려 보수 매체 안에는 진보 성향의 기자가 숨죽이고 숨어 있어도, 진보 매체 안에서 보수 성향의 기자는 숨이 막혀(?) 못 견디고 튕겨나갈 것 같은데요. 아무튼, 술자리나 토론 자리에서 의외로 보수 성향의 동료 기자를 발견하기도 하나요?</font> (아이디 mR, Frog)
의 장기 기획 ‘대한민국 성매매 보고서’ 시리즈 취재 과정에서 한 시민단체에 인터뷰 제안을 했습니다. 전자우편 답변이 와서 열어보니 “ 같은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네요. 2년 전 천안함 사건을 취재할 때는 ‘척결 좌빨 오적’ 안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한쪽은 지나치게 엄밀하고, 또 한쪽은 정치 성향이 아닌 혐오의 낙인이었으니 정색하고 대응할 것 없어 웃어넘겼습니다. 하지만 두 사건은 을 대하는 시선 가운데 몇 가지일 것입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일단 10명에게 물었습니다. 무응답이 2명, 보수가 2명, 중도가 1명, 진보가 4명, “질문이 적절치 않다”는 까칠한 답이 1명 있네요.
그 안을 들여다볼까요. “진보라고 해줘”라는 애매한 답을 한 동료도 있고, “ 코드에 맞추는 나는 보수”라고 말하며 센스를 발휘한 동료도 있었습니다. “먹는 것은 보수, 입는 것도 보수, 잘생기면 만나는 사람이 보수적이라도 오케이”라고 말한 기자는 자신을 자유주의 성향을 가진 진보라고 정의합니다.
입사 이래로 편집부를 제외하고는 경찰·검찰 출입만 해온 한 선배는 진보·보수의 질문과는 무관하게 “나는 친검 기자”라고 말하고 끝이네요. 무응답 처리입니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한 동료는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비틀어 “죄가 왜 미움을 사냐. 죄는 지은 놈이 문제”라고 답합니다. “너는 뭐야?”라고 되묻는 동료에게 저는 “진보라고 말하기는 흠이 많죠” 정도로 확답을 피했습니다. 하하하, 비겁한가요?
결론적으로 은 보수적인 기자들이 답답해하는 직장은 아닙니다. 술자리에서 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토론이 벌어지면 대체로 솔직하게, 때론 격하게 얘기를 나눕니다. 가족, 국가에서부터 사형제, 간통, 동성애 등까지 주제별로 각자가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오히려 진보 성향의 기자들이 답답해하기도 합니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신당이 정당 지지율 2%를 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새누리당의 낙선한 일부 의원들에 대해 먼저 아쉬움을 밝히는 동료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만은 분명히 해둬야겠습니다. 4대강을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로 발라놓거나, 국가조직을 조직폭력배처럼 사조직화해 민간인들을 사찰하거나,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사이버테러를 저지르는, 그런 사안에는 안에 진보·보수가 따로 없습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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