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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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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어떻게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왔나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록 2012-04-04 10:13 수정 2020-05-03 04:26

서울지하철 9호선(메트로 9) 고속터미널역에 자동차가 전시돼 있어요. 차를 어떻게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오게 했는지, 설마 지하철 내에 부품을 가져가 조립한 것인지(?) 궁금합니다.(독자 이화님)

<한겨레21> 윤운식

<한겨레21> 윤운식

그러게요. 저도 지나다 얼핏 본 것 같네요. 솔직히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더랬습니다. 그런데 이 자랑하는 서울 강남, 아니 서초구 공인 ‘하우스푸어’ 윤○○ 사진팀장께서도 “그렇잖아도 궁금하던 참”이라시네요. 참고로 윤 팀장, ‘강남 주민’이라고 하면 싫어하십니다. 엄연히 ‘서초구민’이시라는…, 말하자면 우리가 아는 ‘강남’에 견줘 조금 ‘컴컴한 데’라는 뜻이죠.

아, 죄송합니다. ‘무엇이든’ 쓰는 게 워낙 오랜만이라 딴소리가 길었습니다. 답은 명쾌합니다. 본론, 지금부터 알아보시죠. ‘외제차’는 아닐 테고 말입니다. 한국 자동차 시장, 뻔하지 않겠습니까? 침착하게 현대자동차 홍보팀으로 문의했습니다. ‘알아보고 전화주마’고 잠깐 당황하시더니, 금세 다시 전화를 해오셨네요. 권○○ 차장입니다.

“거, 분해해서 가지고 내려가 다시 조립한 거라네요. 엔진하고 미션은 빼고. 그래도 부피가 있어서 엘리베이터 사용은 불가능했고, 그걸 움직일 수 있는 전동차 같은 걸 이용해서 계단으로 옮겼답니다.”

오호, 재미있네요. 그래도 이 정도에서 끝내면, 독자들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말씀드리기 송구스럽겠죠? 좀더 캤습니다. 전담 광고대행사가 따로 있네요. 참, 전시된 차도 “현대차가 아니라 기아차”라고 하십니다. ‘현대차나 기아차나….’ 하여튼 광고대행사 신○○ 차장이십니다.

“엔진이나 미션은 무겁기만 하지, 전시하는 데 불필요한 부품입니다. 그런 것은 다 빼고요, 다른 것도 다 해체해서 일단 아래로 내려보냅니다. 부품을 제거했지만, 성인 남성 5~6명이 붙어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로 무겁습니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무한궤도 전동차를 이용합니다(딱히 부르는 이름은 없다네요, 이거).”

공공시설물이다 보니 개찰구도 따로 떼어낼 수는 없답니다. 해서 차량 부품은 무조건 높이 들어올려 이동시킨답니다. 내려보낸 부품은 당연히 전시 장소에서 재조립을 하겠지요. 누가? 자동차 회사에서 전문가들이 직접 나오신답니다. 대체로 밤 11시께 작업을 시작하는데, 차량 1대분을 옮겨서 조립하는 데 대충 4~5시간 걸린다네요. 재조립 시간보다는 무한궤도 차량으로 운반하는 시간이 더 걸린답니다.

독자님께서 보신 건 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 3층, 그러니까 승강장 바로 위층이시죠? 지하철 9호선에 자동차를 전시하는 것은 2009년 7월 개통 때부터 기획된 거랍니다. 2010년 5월 첫선을 보였는데, 보통 석 달에 한 번씩 전시 차량이 바뀐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지하철역 구내에 자동차를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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