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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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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 고민을 풀어드립니다

등록 2011-09-10 01:45 수정 2020-05-02 19:26

어수선합니다. 온 나라가 말이죠. 청년에겐 일자리가 없습니다. 물가만 화끈하게 오릅니다. 복지도 문제랍니다. 걱정이 많으시죠? 해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정부가 있습니다. 화끈하고 명쾌한 해답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걱정일랑 붙들어매세요.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청년실업 문제요? 까짓, 쉽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학력을 확 낮추면 됩니다. 난데없는 우민화 정책이냐고요?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나도 상고 출신이다.” 대통령 말씀입니다. 어리둥절하다고요? 그분은 9월2일 고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독일은 대학 졸업하는 비율이 내 기억에 30%대다. 우리는 70~80%다. 일본은 40%~50% 정도다. 이제는 4년제 대학 졸업 비율 낮은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다.” 그러니까, 청년실업 대책은 대학을 덜 가는 것입니다. 그러면 선진국도 됩니다. 오랜 수수께끼도 덤으로 풀렸습니다. 그분의 말씀입니다. “외국 운동선수들 많이 만나는데, ‘우리나라 운동선수가 대학 많이 간다’고 하면 외국 프로선수들은 ‘그래서 한국 축구 못한다’고 한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도 여기에 해법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박지성·박주영 선수, 쓸데없는 짓 하는 겁니다. 박지성 선수, 명지대 대학원 그만두세요. 박주영 선수, 고려대 대학원 자퇴하세요. 이 무슨 짓입니까.

물가 문제요? 방심했던 거 인정합니다. 물가보다는 수출이 먼저였습니다. 747 정책 하려면 수출이 먼저였지요. 환율을 높여야지 국산 자동차를 미국에서 싸게 팔 것 아닙니까. 덕분에 석유랑 밀가루 수입품을 국민이 비싸게 사먹었지요. 맞습니다. 그러니 물가가 5% 넘게 뛰었지요. 서민들의 애로, 이해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인상 구기지는 마세요. 머리 좋은 우리 기획재정부에서 안을 내놓았습니다. 물가지수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입니다. 박재완 기재부 장관님은 물가지수에 수입 농축산물 가격도 포함하겠다고 지난달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불붙는 물가지수에 물 타는 효과가 확실할 겁니다. 멋지지 않습니까. 물가지수 말고, 물가를 잡으라고요? 아, 물가는 딱히 저희 탓은 아닙니다. 임종룡 기재부 차관이 9월1일 말씀하셨습니다. “8월 물가가 크게 오른 이유는 채소값과 금값 상승 때문이다.” 우리 욕하지 마세요. 채소랑 금이 나쁜 놈들이지요.

복지 문제요? 하긴, 복잡합니다. 시장님까지 물러나셨지요. 야당에서는 줄줄이 무상복지 정책을 내놓습니다. 그래서 해결사를 모셔왔습니다. 임채민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님이십니다. 짝짝짝. 산적한 복지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이십니다. 경력을 잠시 볼까요? 서양사학과 국제경제학을 전공하셨습니다. 1982년 상공부와 지식경제부에서 산업기술·중소기업 분야 업무를 맡으셨습니다. 경력 가운데 복지의 ‘복’자 하나 등장하지 않는, ‘깨끗한’ 분입니다. 청와대는 복지부 장관 인사를 두고 “새로운 시각으로 복지 문제를 바라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의 겁없는 상상력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복지, 선무당께서 잡으셨습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target="_top">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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