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가끔, 정말로 가끔만 거짓말을 했습니다. 가령 이런 식이었죠. 공부하러 간다고 집 나가서는 카페에서 친구들과 담배 빡빡 피우고 놀던, 뭐 그런 정도. 나이가 들고 기자가 됐더니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인륜에 역행한 거죠. 그러다 결국 ‘지면의 팩트’와 ‘일상의 구라’라는 도플갱어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죠. 소년이 아닌 어른은 원래 이런 겁니다. 대신 술을 마시면 팩트와 구라를 종종 헷갈린다는 게 문제죠. 그분은 다릅디다. 헷갈릴 이유가 없는 거죠. 만사가 구라니까요. 공약도 구라, 정책도 구라, 연설도 구라, 집주소도 구라, 안경도 구라.
한때 사각형 안에 제 하고 싶은 말을 채워넣는 게 유행이었죠. 이거 한번 해봅시다. “4대강 공사로 [ ] 줄었다.” 집중호우로 전국이 작살난 뒤 이명박 대통령은 과감히 구라를 던집니다. “4대강 공사로 피해가 줄었다.” 4대강 삽질 전부터, 그러니까 최근 5년 동안 4대강 본류에선 꾸준한 재해예방 사업으로 홍수 피해가 애초부터 없었다네요. 구라에도 원칙과 정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막 던진 거죠. 나라님도 하는 막구라, 우리도 해봅시다. “4대강 공사로 아이큐가 줄었다.” 머리가 나쁘긴 나쁘죠. “4대강 공사로 뱃살이 줄었다.” 삽질 1천 번이면 뱃살 빠집니다. “4대강 공사로 골이 줄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3 대 0으로 진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니. 빠가. “4대강 공사로 급식비가 줄었다.” 삽을 사느라 숟가락을 못 산 거죠. 그런데 이거는 구라가 아니라 사실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여기 구라 인생 또 있습니다. “2012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섯 살 훈이’라는 아이큐 모자란 듯하면서도 나름 훈훈한 이름으로 불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묻지도 않았는데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구세요? 지지율 몇%인가요?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오늘 더 세게 선언합니다. “한 주에 기사 4쪽 이상은 안 쓸 것이며, 내년에는 총선은 물론 대선 기사도 안 쓸 겁니다.” 이 정도는 돼야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 ] 줄었다.” 무슨 말을 넣을까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방바닥이 줄었다.” 어거지 주민투표에 182억원을 쏟아부으니 물난리·산사태 막을 돈이 없겠네요. 해마다 여름이면 방바닥 절반은 물입니다. 각오하세요. 그렇게 따지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우면산이 줄었다.” 확실히 줄었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로 나이가 줄었다.” ‘오세’훈이라니까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부재자투표를 하기로 했다네요. 이번에는 위장 전입 구라 집주소 아니죠? 부재자투표 용지가 엉뚱한 집으로 가면 안 되잖아요. 하긴 2013년 2월까지 청와대에 사는거 전 국민이 뻔히 아는데.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 그만, 팩트와 구라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다 댁들 때문이야. 젠장.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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