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곽윤섭
Q. 담배는 왜 ‘뻑뻑’ 피운다고 할까요? 비흡연자지만 어느 순간 궁금해졌습니다. 왜 하필 뻑뻑? 국어사전은 ‘담배를 빠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하는데, 담배를 피우면 ‘뻑뻑’ 소리가 나나요? 흡연자 본인에게만 들리는 미세한 소리? 그리고 그 모양도 뻑뻑이라니, 당최 이해가 안 갑니다. 미남 흡연인 기자분이 답해주세요.ㅋㅋㅋ(누가 답해주실지 궁금)(철푸덕)
A. 일단 제가 흡연자도 아니고 게다가 미남이 아니어서 죄책감 폭포가 콸콸 쏟아집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이뤄지는 건 ‘100%의 방식’이라기보다 ‘51%의 방식’이라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듭니다. 원하는 핵심만 얻는다면 나머지는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질끈 눈 감으세요.
50대의 비미남 흡연자 선배에게 기웃기웃 물었습니다. 사진부 김아무개 선배입니다. “담배 피우는 모습을 왜 ‘뻑뻑’이라고 표현하느냐는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선배가 답을 주셔야겠습니다.” 선배는 코를 발름발름하고 귀를 후비적후비적하며 한참 동안 답을 못했습니다. “그거 화나서 (담배 피웠을 때) 그런 거 아냐? 평소엔 그냥 뽁뽁인데….”
‘그럼 평소엔 왜 뽁뽁이냐’고 묻지도 못한 채 터덜터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저도 사실 쳐묵쳐묵 구름과자를 먹던 흡연자였습니다. ‘뻑뻑’이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우리말 ‘뻑뻑’에 해당하는 의태어를 영어사전에서 성큼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퍼프(puff)라는 동사를 쓰더군요. 가령 ‘I sat puffing my cigar.’(나는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두산동아영어 사전의 설명입니다. ‘퍼프’는 연기가 다량으로 뿜어져나오는 모양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영어단어 퍼프는 의태어로 보입니다.
‘뻑뻑’은 의성어일까요 의태어일까요? 일단 철푸덕님이 입을 최대한 오무린 상태에서 쭈쭈바를 빨듯 입속 공기를 쭉쭉 흡입하시기 바랍니다. 그 상태에서 입술을 발름 벌려보세요. 순간 ‘쪽’ 소리인지 ‘뽁’ 소리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소리가 납니다. 그걸 미남 흡연자랑 하면 키스인 거고, 담배랑 하면 흡연이 되는 겁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뻑’에 대해 ‘여무지게 긁거나 문대는 소리’로 정의합니다. 그러나 뻑뻑과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김방한·민음사)의 설명을 들어봅시다. “의성어라 할지라도 그 내용과 표현이 완전히 자연적이고 필연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예에서와 같이 닭의 울음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라 할지라도 언어사회에 따라서 그것을 나타내는 언어습관이 모두 다름을 알 수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는 본질적으로 언어대중의 ‘습관’ 또는 ‘합의’일 뿐이라는 겁니다. 철푸덕님이 내일부터 흡연자들에 대해 ‘담배를 쳐묵쳐묵 피운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만 동조자가 생기고 그 동조자가 다수가 되면 됩니다. 미남 흡연자는 그중에서 덥석 찾아보세요.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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