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은 왜 시험기간에 더 재미있나요?
Q 안녕하세요! 얼마 전 1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이제 가장 중요하다는 고3 여름방학을 맞은 고3 학생입니다. 시험기간에 이 평소보다 흥미로운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번 시험기간에도 어김없이 1시간을 훌쩍 넘기며 읽었습니다. 이유를 알려주세요!(고3 정기애독자)
A 먼저 시험은 잘 치르셨나요? 편집진의 일원으로서 시험기간마다 공교롭게 더욱 재미있는 로 독자님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저해한 점,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그러고 보니 비단 독자님의 질문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 전날만 되면 평소에 안 보던 드라마는 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는 것이며, 평소 개판 5분 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너저분한 방과 옷장을 왜 꼭 시험 전날에 정리하고 앉았느냐는 것이죠. 심지어 주변에선 시험 전날은 국어사전을 읽어도 재밌고, 예술영화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을 봐도 감동의 도가니탕에 빠진다는 이가 있으니 우리만 그런 건 아닌가 봅니다. 행여 시험을 망쳤어도 그리 낙담하지 마세요.
이 원래 재미있어서 그렇다, 혹은 공부를 하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냐는 답변은 재미있는 에서 나올 수 없는 답변이므로 패스~. 그리하여 심리학자 심영섭 대구 사이버대 교수께 물었습니다. 시험기간에 딴 데 정신 팔리는 이유를 심 교수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에 마감 효과가 더해진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는 부모의 반대로 인해 자신이 선택한 상대를 더욱 사랑한다고 여기는 것을 뜻하고, 마감 효과는 티셔츠 두 장이 남았다고 할 때, 남은 티셔츠의 가치가 급상승하는 것 같은 심리를 말합니다. 그는 “시험기간이라는 을 멀리할 시기에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을 본 사람은 이 정말 재밌다고 느낄 것”이라며, “여기에 시험기간이므로 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마감 효과가 더해져 이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행위를 자신이나 타인의 성공 혹은 실패와 관련한 행동 원인을 설명하는 방식에 대한 이론을 일컫는 ‘귀인(歸因) 이론’에 기대어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일을 하거나, 특히 중요한 일을 하기 전 자신의 실패에 대해 그럴듯한 구실이나 변명거리를 만들어놓습니다. 예컨대 시험 전날 친구들과 술을 퍼마시거나 놀러가는 등 딴짓을 하는 이유는 시험 실패에 대비해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뜻이죠. “마감 안 하고 마시는 술이 맛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는 L 기자의 말은, 사실 자신의 마감이 늦은 원인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함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 마감을 제쳐두고 다른 기자 대신 ‘땜빵’으로 쓰고 있는 이 기사가 제 마감보다 재미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까요?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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