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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용감한 빈자리

[맛있는 뉴스] 부글부글
등록 2011-06-29 15:54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 탁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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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2"><font color="#991900"> 한때 소년이었던 이는</font></font>
30년 전 드라마 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은 정윤희가 백혈병(드라마에서는 골수암이라고 했던가요)으로 죽어가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드라마 막판 ‘인터페론’ 주사 한 방에 다시 살아나는 해피엔딩이었지요. 조용필이 “그대는 왜 촛불을 키(켜)셨나요”라고 귀찮게 자꾸 묻는 주제가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저렇게 쉽게 낫는 병인데, 왜 21세기에 와서도 사람들은 죽어가야 할까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노동자들에게 법원이 산업재해를 인정했네요. 텔레비전 CF처럼 “전직 삼성맨도 누리는 강력한 혜택”을, 현직에 있을 때도 누리지 못했던 삼성맨, 삼성우먼들이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이건희 회장까지 나서서 대책 마련을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무슨 대책인지는 대충 감이 오네요. 삼성은 그런 쪽으로도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 회장은 얼마 전 삼성테크윈에서 내부 비리가 터지자 “이를 바짝 한번 문제 삼아볼까 한다”고 입바른 말씀을 하셨다죠. 사람 목숨보다 역시 돈이죠, 뭐.

<font size="2"><font color="#991900">한때 소년이었을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font></font>
드넓은 외국으로 나가셨다네요. 예순의 나이에 ‘보이스 비 앰비셔스’는 아닐 거고요. 국회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 170명을 정리해고한 문제로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자 냅다 외국으로 나가셨다죠. 형님이 운영하는 대한항공으로 나가셨나요? 아, 형제분들 사이 안 좋으시죠. 역시 돈 때문이죠, 뭐. 그런데 배라도 한 척 수주해서 귀국하면 모를까, 빈손으로 오면 바짝 문제가 되시겠네요. 2년간 물량 수주가 없었다면서요? 수주 담당이 장남 조원국 상무라는데 그분은 해고 안 하나요? 170명을 자른 다음날 주주들에게 174억원을 배당했다던데 무슨 경영이 이럴까요. 35m 높이의 크레인에서 청문회를 여는 것도 아닌데 그냥 참석해주세요.

<font size="2"><font color="#991900">그랬더니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에서 </font></font>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행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네요. 한진중공업 국회 청문회가 표퓰리즘이라니, 경제를 주무르시는 분들은 정치학도 잘 아십니다 그려. 아, 경제학 하면 이건희 회장이죠. 과거에 소년이었던 이 회장은 “어릴 때부터 기업가 집안에서 자랐고 학교에서 경제학 공부를 계속해 왔다”고 하셨죠. 소년 시절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지 못한 이는 차명계좌, 노동자 미행, 심지어 백혈병 대책까지 경제학에서 가르치는지 알지 못합니다.

<font size="2"><font color="#991900">상대팀 타자들에게 9회를 꽉 채워 두드려 맞은 </font></font>
투수 김광현이 공 147개를 던진 바로 다음날 2군으로 쫓겨났네요. 감독은 “그게 다 너를 위해 그런 거야”라고 했답니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도 했죠. 과거 소년이었던 이는 “맞으면서 큰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맞아야 크는 걸까요. 살짝 무서워졌습니다. 젠장.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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