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며칠 전 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웃긴 장면이 나와 신명나게 웃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에 비친 사람들을 보니 웃을 때 손뼉을 치고, 남을 철썩철썩 때리면서 깔깔 웃더군요. 왜?! 웃으면서 남을 때리는 걸까요?s(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독자)
KBS 제공
A. 박장대소(拍掌大笑), 손뼉을 치며 크게 웃다. ‘박장’은 손뼉을 친다는 뜻입니다. 순서로 보면 웃으면서 손뼉을 치는 것이니 ‘대소박장’이 맞습니다만, 단순히 웃는 게 아니라 손뼉을 치면서 웃는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라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뒤집어질 듯 웃어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웃음이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하면 목젖이 보일 만큼 웃는 것도 모자라죠.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고, 어깨를 들썩이다가 뒤로 넘어지고, 배를 잡고 뒹굴기도 합니다. 그러다 옆에 있는 사람의 등짝이 보일라치면 철썩, 철썩.
돌이켜보면 2002년부터 4년에 한 번씩 서울 광화문과 시청을 달군 응원의 열기를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안정환의 골이 터졌을 때, 박지성의 골이 터졌을 때 우리는 벌떡 일어나 환호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것뿐입니까? 그 때 옆에 있는 사람을 와락 껴안거나 매우 기뻐 등짝을 두들긴 경험이 있을 겁니다. 때린 사람도 맞은 사람도 행복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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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매정하게 말하면, 박장은 물리력으로 사물의 표면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측면에서 ‘폭력’을 의미합니다. 옆 사람의 등짝을 향하는 웃음의 손길도 엄밀히 말하면 일종의 폭행입니다. 그것도 상대방 근골격의 강도를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상대에게 내상을 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물론 가능성입니다.
ㄱ기자는 말합니다. “추근대는 것일 뿐이죠.” 그는 쓰나미 같은 동료 선·후배들의 결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자친구를 구하는 외로운 영혼입니다. ㄴ기자는 “에너지가 순간적으로 발산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끌어오르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우발적인 행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너의 의미’를 연재 중인 현시원 독립큐레이터에게도 그 ‘의미’를 물었습니다. 결혼 2개월차인 그는 “심장박동수가 커지면서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그럴 때 쉽게 할 수 있는 게 옆에 있는 사람을 때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종의 ‘호소’라는 겁니다.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공감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때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옆에 있는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제스처”라며 “막대기를 두드리면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를 좀더 넓혀보면 집단행동을 하는 포유류에게서 비슷한 행동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곧 크리스마스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상황, 그런 감정을 공유하고 싶은 대상의 존재가 지금 현재진행형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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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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