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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커튼 뒤 시체가 숨어 있을까 불안해요

등록 2010-10-22 14:48 수정 2020-05-03 04:26
Q. 욕실에 들어가면 꼭 샤워 커튼을 걷어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위협하는 누군가 혹은 시체 같은 것이 숨어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해야 안도가 됩니다. 이런 공포는 어디서 비롯하는 것일까요?(마르코)
영화<사이코>

영화<사이코>

A.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의 샤워실 살인 장면이 떠오르네요. 1960년대에 찍은 영화 속 여주인공의 시체가 마르코님의 욕실에 숨어들었을 리는 없고, 무엇이 마르코님을 불안에 빠트리는 것일까요?

답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 창을 띄워봅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우선 인터넷부터 찾는 것은 강박일까, 습관일까 혼자 물으며 답을 구할 전문가를 찾아봅니다. 검색을 거듭하다 보니 서울대 강박증클리닉 홈페이지가 나옵니다. 강박증이란 ‘본인이 원하지 않는데도’ 마음속에 어떠한 생각이나 장면,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을 느끼고 이를 없애려고 일정한 행동을 하는 질환을 말한다고 합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나 홈페이지에서는 크게 네 가지를 듭니다.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대소변 가리기 훈련이 강박증과 관련될 수 있다고 합니다. 강박증 환자는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엄격한 초자아를 갖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학습에 의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더니 불안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뒤 같은 상황이 나타났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유전이나 뇌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답니다.

서울대 강박증클리닉 치료진으로 활동했던 마음사랑인지행동치료센터 유성진 심리학박사에게 묻자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답변을 내놓습니다. 불안증의 계기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으며, 특별한 트라우마가 없어도 살아가면서 우연히 생겨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사소한 강박증은 ‘누구나’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람이 갖고 있게 마련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최성진 기자는 영화 의 남자 주인공처럼 길을 걸을 때 보도블록의 선을 밟지 않으려 애썼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습관은 언제인지 모르게 자연스레 사라졌다고 합니다. 저는 외출에서 돌아오면 집에 누가 침범해 있을까 습관적으로 베란다를 살피곤 합니다. 부모님이 사는 집에 갔을 때는 그러지 않는데, 어쨌든 혼자 있는 동안은 꽤나 자주 그러니 이것도 강박이라면 강박이겠지요.

이런 증상이 있을 때 치료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유 박사는 일상에 특별한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의심도 병일까요, 기사를 쓰다 보니 행여나 제 강박도 질환이 아닐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서울대 강박증클리닉 홈페이지에서 ‘예일-브라운 강박척도’(Y-BOCS)로 검사를 해보니 제 점수는 5점, ‘무증상’에 해당합니다. 이 정도로는 강박증이라 하기 어려운가 봅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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