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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문10답] ‘30년 정기구독’을 신청하다

등록 2010-03-31 12:02 수정 2020-05-03 04:26
박준용씨

박준용씨

창간독자인 박준용(50)씨의 정기구독은 2040년 1월16일 끝난다. 이번호가 804호인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는 2300호까지 보게 되는 셈이다. 그는 지난 3월 초 ‘30년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그의 무한도전이 무한집착인지, 무한애정인지 확인하려 성급히 전화 단추를 눌렀다. “자꾸 연장 신청하기 귀찮아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 왜 그랬는지.

와 모두 창간 때부터 보고 있다. 3월에 구독 연장하겠느냐고 전화가 왔기에 “나 죽을 때까지 보는 걸로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250만원을 제시하며 “이 금액이면 30년 본다”고 하더라. 그 얘기 듣고 ‘앞으로 30년만 살란 얘긴가’ 싶었다. ( 1년 정기구독료는 15만원, 2년치는 27만원, 3년치는 39만원이다. 따져보니 그는 최소 14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2. 창간호부터 다 모아놨나.

(종이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여기 있군. 창간호가 1994년 3월24일 나왔는데, 이사하며 옮길 때 한두 권 사라진 것 빼고는 다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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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헉, 보관하기 쉽잖을 텐데…. 부인이 뭐라고 하지 않나.

사무실 책장에 보관하고 있다.

4. 첫 구독은 어떻게 시작했나.

1988년 창간 때 국민주로 참여하고 싶었는데 대학은 졸업하고 취업은 하기 전이라 못했다. 창간 때 ‘제대로 된 시사주간지가 필요하다’는 홍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구독하게 됐다.

5. 을 보며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는 만족한다. 다만 ‘한판 붙어보자’는 불굴의 투지와 책임감이 초창기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는 잘 싸웠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기자들이 ‘회사 문 닫을 정도로 맞붙지는 말자’는 자기검열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 문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에너지가 소진된 것 같다.

6. 가장 먼저 보는 지면은.

뒤부터 어떤 기사가 실렸는지 읽는다. ‘만리재에서’는 맨 나중에 본다. 한 장짜리 기사라도 편집장 글에서 언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이번호의 핵심 기사구나’ 싶어 해당 기사를 찾아 읽는다. 주로 경제와 사회 기사를 읽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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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포스코에서 10여 년 일하다가 더 다니면 잘릴 것 같아 그만뒀다. 잘리면 기분 나쁘니까. 17년째 광주에서 조그만 건물 관리업체와 물류 운송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김옥남(46)과의 사이에 대학 다니는 딸 서정(21)이와 중1 원진(13)이를 두고 있다.

8. 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기존 언론이 감추려는 것들을 더 내놓으면 좋겠다. 행간을 읽을 필요 없이 말 돌리지 말고 기사를 써달라. 가령 MB와 오바마 대통령 등과의 비교 말고, MB의 리더십만 갖고도 단순하고 이성적인 분석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자들이 월급을 2배 정도 받으면 좋겠다. 어떤 게 참언론인지 국민이 알고 그런 언론이 발전해야지 않겠나. 기자 급여가 2배 오르면, 그만큼 일도 더 하라는 뜻이다.

9. 헐∼, 사장님다운 말씀이다. 집에 가훈이 있나.

‘밝게 맑게 자신 있게’다. 아이들이 그렇게 살면 좋겠다.

10. 끝으로 기자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입사 때의 에너지와 열정을 다시 쏟아내면 좋겠다. 자기검열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기사를 쓰는 데 열정을 쏟으라.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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