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에게는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이해찬 당시 교육부 장관의 교육개혁안이 가진 비현실성, 두뇌한국21(BK21) 사업 추진으로 인한 대학 서열화 고착, 학부제 확산으로 인해 인기 없는 학과의 통폐합 등으로 대변되는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이 대학에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바람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여러 갈래 중 교육 문제를 주된 고민으로 삼는 학생운동을 했으므로 당연히 국민의 정부에는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가 했던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새삼 깨닫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있을 때는 갈증을 느끼지 못하듯이, 민주주의의 토대가 굳건했던 지난 10년간 민주주의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토대를 만든 시대의 거인 김대중의 무게도….
그의 서거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만큼 갑작스러울 정도는 아니어서 특별기획을 통해 차분히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그가 젊을 때 박현채 교수와의 인연으로, 라는 진보적 경제서를 내기도 했다는 것은 기사를 보고서야 알았다.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는 길을 택하면서, 자수성가한 목포 청년 재벌의 안락한 삶을 마다했다는 것도 잘 몰랐던 사실이다. 그는 이미 청년 시절부터 많이 읽고 많이 생각했고, 이를 실천으로 옮긴 이였다.
독재정권이 납치를 하고 사형를 선고할 정도로 가장 두려워했던 이. 민주주의의 구심점이 됐고 인권을 누구보다 소중히 했던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두 덕목을 고수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겠다. 또한 햇볕정책으로 처음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내 북한을 적이 아닌 우리로 보게 한 그의 평화 프로세스는 다른 세계 유수의 지도자들의 업적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
다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만든 책임은 피할 수 없다. 구조조정을 주도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직접 ‘노동자가 지금 희생해준다면 경기 회복 뒤 그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는 탈출했지만 그는 약속을 어겼다. 그의 가장 큰 과다.
을 쭉 읽으면서 그의 이런저런 모습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정치나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항상 시대를 산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속에서 민중과 호흡하려 했다는 점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도 사람들이 그를 ‘선생님’으로 ‘어른’으로 ‘거인’으로 부르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한다. 영면하시기를.
기사에 아쉬움도 있었다. 그가 최근 들어 부쩍 강조했던 범민주 세력 통합의 청사진을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제기해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것을 꼭 이뤄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과연 진정성 있는 연대가 될 것이냐는 전제 아래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의 분화와 통합에 대한 전망과 제안을 좀더 다뤄주었으면 했다. 박홍근 18기 독자편집위원
사무실 책상 앞에 놓인 그분 통곡 모습…, 쳐다볼 때마다 먹먹하고 눈물이 맺힌다. (tree58s) 역류의 시대가 거인을 쓰러뜨렸다
→ 독재자의 입맛대로 만든 이미지, 부정적 시각, 조·중·동의 아전인수 격인 아니면 말고의 보도가 김대중이란 큰 인물을 국민에게 평가절하시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제 여론 환기를 위한 식견, 세계적 흐름을 읽는 위대함을 마지막까지 보여주었다. 꺼져가는 기력을 붙잡고 고군분투하던 그가 자랑스럽고 눈물겹다. 이 땅에서 함께 산 국민으로 미안하고 고맙다. nosoo0248
→ 기사 읽다가 어느 순간 눈물이 핑∼ 도는군요. 잊지 않고 잃지 않겠습니다. icy-cold
DJ와 노무현, 전생에 형제간이려나→ 조선시대 기축년 사화를 기억하라! 대동세상을 꿈꾸던 혁명가 정여립과 그를 추앙하던 1천 명의 선비가 조선시대 가장 쩨쩨한 임금 선조와 천하의 아부꾼 정철, 모사꾼 송익필 등의 공모에 의해 억울한 죽임을 당했고 그 뒤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역사는 반복된다. 우리의 앞날이 정말 걱정이다. drh834a
DJ에 경탄했던 세계적 지도자와 석학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와 느낌이 달랐습니다. 노 대통령 서거 때는 슬픔과 분노로 인한 눈물이 앞을 가렸는데, 김 대통령 서거 때는 슬픔이 점차로 깊어지더군요. 자신을 납치하고 고문하던 요원들을 용서한다는 인터뷰 장면에선 그 인물의 크기와 깊이가 느껴져서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큰 뿌리 같은 분이었습니다. 그 뿌리가 키운 나무의 씨앗들이 널리 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taeback1
청년 DJ와 대통령 DJ의 가상 대화→ 경제·외교·문화 모든 분야에 걸친 김대중님의 소신과 열정이 젊은 시절과 맥을 같이하는 글이었습니다. 언제나 연구하고 변화와 성숙을 이뤄낸 한 지도자의 일생을 단행본으로 받아 읽고 싶다면 가만히 앉아서 떡 달란 소리 같기도 하지만, 그분의 삶을 좀더 부드럽게 그리고 살아 있는 문맥으로 접하는 의미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orient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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