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모처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녀를 납치해 <한겨레21> 회의실 구석에 앉혔다. 소녀의 웃음은 호호호. 칙칙한 사무실도 소녀의 웃음 앞에서는 하하하. 소녀는 기억도 안 나는 때부터 <한겨레21>을 보았다. <한겨레21>은 1994년생이고, 오해연(16·대원외고 1학년)양은 1993년생이다.
1. 언제부터 보았나.
-기억도 안 난다. 집 안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청소하다 보면 한 권씩 나온다.
2. 잡지를 모아서 정리해놓지는 않았나 보다.
-아, 오빠한테 빼앗길까봐 <한겨레21>을 여기저기 숨겨놔서. <한겨레21>을 우편함에서 확인하자마자 몰래 갖고 들어와서 숨긴다.
3. 어디다 주로 숨기나.
-화장실에도 숨기고, 책장 밑에도 넣고, 책장의 책 사이에도 꽂아놓는다.
4. 오빠는 어디에 숨기나.
-오빠 방에 들어가면 안 나온다. 모르겠다.
5. 처음 본 건 기억도 안 난다고 했는데, 읽은 것은 언제부터인가.
-중1 때 열심히 봤다. 복잡한 것은 좀 건너뛰기도 했는데, 요즘엔 다 보려고 한다.
6. 어떤 기사가 기억에 남나.
-여군 스토킹 사건이랑 인권 OTL, 그리고 Why Not. 여군 스토킹은 다른 데서 찾아보기 힘든 기사였고 어떻게 됐나 계속 보도해줘서 좋았다. 결과도 좋아서 기뻤다. 인권 OTL은 초반에 학교 문제를 다룬 걸 보고 유심히 읽었다. Why Not은 집에 있는 공정무역 커피를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 학교에 커피를 가져가서 친구들한테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7. 인턴도 하고 여유가 있다.
-방학도 짧고 축제 준비하느라 다음주에는 계속 학교에 가야 한다.
8. 축제?
-개학하고 8월20일부터 이틀간 한다. 영화 제작 동아리인데, 그동안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 제목은 <우리들의 해피엔딩>이다.
9. 해피엔딩이 뭔가.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떨어진 친구가 성적에만 얽매이지 말자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10. 영화에선 뭘 했나.
-배우를 했다. 주인공 친구에게 일종의 깨달음을 주는 역할이다. 반에서 1등 하는 애로 나온다. 왜 나한테 그런 역할을 시켰는지… 내가 그렇게 보이나, 호호호. 오그라드는 대사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주는 오빠에게 빼앗긴 듯하다는 <한겨레21> 최신호를 건넸다. 소녀의 웃음은 호호호.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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